스타크래프트2 - 자유의 날개
의 스토리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스토리의 비중이 너무 크거나 너무 적은 장르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경우, 게임 스토리는 주로 두가지 역할이 중시된다.




우선 현재 플레이가 그래야하는 당위성을 부여하는 것.
스타2로 말하자면 기지를 건설하고 유닛을 생산하여 적과 전투하는 행위,
그 행위에 충분한 이유가 부여되고 유저들이 납득할수 있는가하는 점.

그리고 다음은 게임을 떠나서 각종 이야기 전반에 공통되는 요소,
바로 유저를 다음 단계로 이끌어가는 동기.
-이 다음엔 어떤 국면이 펼쳐질까, 레이너는 살까? 제라툴이 보았다는 미래가 어떤거지?-
그런 궁금함과 기대로 다음 미션을 진행하게 만드는 힘!

이 두가지 요소에서 스타크래프트2의 스토리는 합격점이라고 볼수 있다.
아~주 좋다 그 말이지.
미션에서 얻은 성과물로 이후 미션에서 이득을 볼수 있는 연구, 무기개발 시스템,
그리고 블리자드가 톡톡히 그 꿀맛을 본 업적 시스템과도 어우러져서-

스타크래프트2 자유의 날개의 몰입도는 상당하다.
저그 유저들도 재밌게 즐길 정도로!
테란미션 25개에 토스미션 4개인데 말이지!

그런데 스토리에서 걸리는 부분이 없는건 아니다.
우선 그 유물이란 놈.
자유의 날개 스토리상 렐릭이자 오파츠이자 최종병기인 유물.

너무 편리한거 아니냐?!?!

애시당초 그 유물이란게 뭔가?
건물이나 다른 종족에는 영향없이 범위안의 저그와 프로토스를 싹쓸어버리는 무기가 아닌가?
그리고 그 무기를 만든게 젤나가라니!

젤나가는 스타크래프트 스토리의 시작이자 기원이다.
실제로 스타크래프트 오리지널 패키지에 들어있는 매뉴얼 스토리부터가 젤나가부터 시작한다.
그들이 바로 프로토스와 저그를 진화시킨 창조자이니까!


젤나가는 우주 여러곳에 신전등 유적을 남겨두었고
이는 스타크래프트 스토리에서 중요한 장소들이다.


그런 그들의 말로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해보자면,
프로토스에게
-나 좋다고 진화시킬땐 언제고! 니가 어떻게 날버릴수가 있어!-
하면서 썰리고.

그 다음으로 만난 저그한테는
-좋아좋아. 콱! 먹어버리고 싶을만큼 좋아. 아니, 이거 좋은 생각인데?-
하면서 전멸을 당한게 젤나가다.

얘네 피해자야.
안습해.
양다리 걸치다가 얀데레 콤보를 맞고 머리만 나이스보트를 탄, 모 학원물 애니의 주인공 같은 녀석들이라고!

이것이 바로 스타크래프트 1에서 젤나가의 팔자!

그런데 갑자기 스타크래프트2를 향해오면서 젤나가에 대한 설정이 부풀어오르기 시작했다.
스타1과 스타2 사이 10년동안 스타크래프트 월드를 다룬 여러 소설과 코믹북이 출간되었고,
이 이야기중 상당수는 젤나가가 남긴 것을 탐구하거나 젤나가가 남긴 것이 깨어나면서 생기는 이야기였다.
사실 이해도 가는게, 젤나가의 비중은 너무 컷다.
그리고 창작자에게 -시작과 끝이 한 곳에 있다.-는 얼마나 매력적이고 편한가말이야.


아무튼 유물 이야기로 넘어와서 잘 생각해보잔 말이야.
이 유물이란건 발동을 시키면, 영역 범위내에 있는 저그(심지어 프로토스까지)를
그 숫자나 힘에 관계없이 한번에 싹 쓸어버리는 무시무시한 무기야.

어째서 그런 무기를 저그에게 잡아먹히면서도 쓰지 않았는가?!
아무리 평화주의, 살생을 피하는 종족이라도 종족 전멸의 순간에?
젤나가 중 단 한명이라도 버튼을 누를 생각이 없었다?
그랬다면 저그와 프로토스를 전멸시키는 유물 따위 애시당초 만들지도 않았겠지!

그렇다면 결국.....
젤나가의 멸망 원인이란!!!!

충전 깜빡?!?!

이 무슨 덜렁이 멸망 원인이냐!
젤나가는 천연계냐?

이렇게 유물이란 못된 저그만 싸그리 몽땅 죽이는 편리한 무기이자,
레이너에게 있어서 평생 가장 큰 과오와 후회를 남긴 일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이고.
동시에 인류를 구하는 최종병기이기도 하다.

이런게 갑자기 툭튀어나오다니 너무 수상쩍다.

이런식으로 자유의 날개 스토리에는 곳곳에 복선이리라 생각되는 파츠와 설정 충돌이 있다.

저그외의 생명체, 테란과 프로토스에게 있어서 공적이자 절대악의 자리에 있던

오버 마인드의 선악이 뒤집어진 이야기나,

갑자기 우주의 희망이 된 캐리건, 맹스크의 괴이한 행보등

이런 충돌의 주원인은
기존의 스타크래프트 1스토리를 그 일부로 포함하는
더 거대한 이야기 구도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구도 하에서 타협 불가능한 절대악으로는

테란, 프로토스, 저그등 생명을 모두 전멸시키고 우주를 공허로 삼키려는 어둠의 존재가 있고.

기존 절대악 오버 마인드는 멸망의 운명을 막아보려 노력을 한 존재로,
원래는 불구대천의 원수인 태사다에게 존중을 받는다.

그 자유의 날개 스토리 뒷면에 이 커다란 이야기구도가 있음을 이해하는데
 핵심적인 키는 바로 이 캐릭터다.


이 사람이 바로 나루드 박사.
뫼비우스 재단의 우두머리로, 자유의 날개의 키 아이템인 유물 발굴에 핵심적인 인물이다.
그런데 이 사람은 스토리상에서 다뤄지는 비중은 낮다.
우선 얼굴을 드러내는 장면 부터가 한 미션뿐이고,
뫼비우스 재단의 뒤에 존재하는 발레리안으로 인해 존재감도 낮다.

그런데 말이다.
이 사람의 이름은 영문으로 하면 -narud-가 된다.
약간 이국적인 느낌이 나는 이 이름, 고대로 뒤집으면.

duran이 된다.
(참고로 이런 애니그마의 삭제 또한 '완전한 번역'의 허구성을 말해주는 예시다.)

스타크래프트1의 숨겨진 미션에서 저그와 프로토스 혼종을 개발하던 존재,
인간도 아니고 저그도 아니며 프로토스보다도 오래된 어떤 '존재'를 섬기는 천의 얼굴과 이름을 지닌 어둠의 에이젼트.
그의 또 다른 이름이 바로 나루드일까?

그렇다고 가정하면 모든 아귀가 맞아 떨어진다.

캐리건이 멸망을 막는 키가 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어둠의 존재가 자신의 수족으로 부릴 저그-프로토스 혼종이 이끌 군대로서 저그종족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저그의 지배력을 확고히 갖고 있는 캐리건이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갑자기 모든 저그를 싹슬어버리는 도깨비 방망이 같은 유물?
그것 역시 젤나가 멸망 이후 시간대에 만들어진 것이라면 앞뒤가 맞는다.
실제로 캠페인 상의 대화를 보면 그 유물이 -유물중에는 최근의 물건-이라고 표현되기도 한다.

뫼비우스 재단에 의한 레이너의 유물 모으기?
어둠의 존재의 뜻대로.

따라서 자유의 날개의 핵심 스토리 구조란 결코 레이너 특공대의 모험이 아니라
-어둠의 존재의 캐리건 제거-가 되는 것이다.
1. 유물 자체를 만들었거나 그 존재를 알고 있다가 휘하에게 재발굴 시킨 어둠의 존재
2. 그 목적은 저그의 지배권을 가지고 있는 캐리건의 죽음이며
3. 레이너를 시켜 유물로 캐리건을 무력화시킴.
즉, 레이너는 이 어둠의 존재가 짜놓은 각본대로 춤을 추는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여기서 변수가 나왔다.


바로 타이커스 핀들레이다.
알다시피 타이커스 핀들레이는 스타크래프트2의 첫 동영상의 주인공이다.

귀썰미가 좋은 사람이라면 곧 알아챘을 것이다.
타이커스 핀들레이에게 장갑복을 입히고 계약으로 사면을 내리는 사람은 바로 악튜러스 맹스크이다.
즉, 타이커스는 처음부터 맹스크의 수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볼 점은 맹스크가 타이커스에게 -죽이라-고 시켰던 대상은 레이너가 아니다!
지금도 변방에서 꾸준히 레지스탕스를 하던 레이너, 총알 한방이면 죽는 인간이 아니라.
캐리건, 저그들로 가득찬 차의 깊숙히 모습을 감추고 있던 저그의 지도자란 것이다.
(물론 레이너 자신은 맹스크가 자길 암살하지 않는 것에 대해 자길 암살하면 사람들이 순교자로 여길까 걱정해서라고 여긴다만,)

맹스크는 알고 있었다는 말이다!

언젠가 유물의 힘으로 캐리건이 무력화되고,
또 그 무력화된 캐리건을 레이너가 가장 먼저 찾아 보호할 확률이 높다는 것 까지!

이것은 결코 자신의 아들이 함대 반을 갖고 독자 행동을 하는 것을 막지못했고,
거기에 레이너가 합류해있던 것에 놀라던 독재자 a씨가 알수 있는 일이 아니다.

맹스크는 조종을 당하든 듀란처럼 어둠의 에이전트가 변장한 것이든,
그는 그저 한명의 독재자가 아니라 어둠의 존재의 패중 하나인 것이다.
그렇다면 비밀임무에서 테란의 기술로 불가능한 혼종의 연구가 나온 것도 간단히 이해가 된다.
맹스크가 어둠의 존재의 하수인이라면 이상할 일이 하나 없다.

그리고 맹스크와 뫼비우스 재단이 같은 주인을 모신다면,
타이커스의 행보에도 다른 의미를 찾을수 있다.

1. 맹스크에 의해 폭탄이 설치되고 석방됨.
2. 레이너에게 합류, 레이너로 하여금 뫼비우스 재단에 의한 유물 발굴을 돕게 함.
3. 발레리안의 함대에 의한 차 침공에 레이너특공대 일원으로 참가.
4. 맹스크의 명에 따라 캐리건을 암살코자 하나 실패.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둠의 존재의 꼭두각시였던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변수가 나왔다.


결코 타이커스는 막되먹은 살인자가 아니라는 것.
레이너와 함께 '천국의 악마'의 일원이던 시절을 다룬 소설에서 보면
거친 남자지만, 의리가 있으며 여자에겐 나름 순정파인, '좋은' 나쁜 남자 형이지.
그렇기에 냅다 캐리건에게 총알을 박는게 아니라, 레이너에게 선택의 기회를 줬으며
그랬기에 캐리건을 죽이는데 실패하고, 역으로 레이너한테 총을 맞은 것이다.
(생사는 불명) 

이렇게 되면 늘 자신의 자유의지로 걸어온 레이너는 사실은 어둠의 존재가 깔아놓은 레일위를 따라간 존재가 되고,
처음부터 맹스크와 그 흑막에게 조종당하는 타이커스가 본의는 아닐지언정 그 레일이 뒤틀어지게 햇다는 아이러니가 성립된다.

캐리건은 비록 인간화가 되었지만 생존했고,
그 몸에 남아있는 신경다발이며, 유령시절에도 저그에 영향을 끼쳤던 것으로 비춰보아
저그에 대한 지배력을 일부나마 가지고 있으리라. 


그리고 알다시피 스타2의 다음 코어는 저그편인, 군단의 심장으로 그 주인공은 캐리건이라 밝혀진바 있다.
마사가 예측컨데 인간이 된 캐리건이 저그-프로토스 혼종과 저그의 지배권을 둔 경쟁을 하는 내용일 것이다.
자유의 날개에서 프로토스 기술과 저그 유전자를 모아 신기술개발을 했던 것 처럼
군단의 심장에선 인간이 되며 상당수 상실한 저그에 대한 지배력을 다시 찾고 더 강화하는 과정이 들어있을 것이다. 

그때되면 스타 공식 순정남 레이너는 캐리건의 그런 행보에 알뜰 내조를 하게 될지도 모르지.


Posted by 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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