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혼자 자취 하는 여성으로, 생활비도 찾고 겸사겸사 그 돈으로 저녁도 푸짐하게 먹으려 은행으로 갔다.


물론 은행이 이미 문을 닫은 저녁시간이기에 실제로 돈을 찾는 것은 은행앞에 atm기를 주르륵 세워 놓은 코너.


아무도 없는 atm 코너에서 잔액조회를 하고 얼마를 찾을까 잠깐 생각하다 10만원을 찾았는데,


갑자기 등뒤에서 후두둑 하는 빗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돌아보니 소나기가 내리고 있었다.


아마 전부터 하늘엔 구름이 꼈을테지만 집을 나설때 이미 어둑어둑해진 뒤라 알아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어떻게 하지? 비그칠때까지 기다릴까? 하지만 배고픈데.' 라고 생각하던 a씨의 눈에 띈 것은 빨간색 우산이었다.


atm코너에는 혼자 뿐이었으니 낮에 은행왔던 사람이 놓고 간 것이겠거니 생각하고 집어든 a씨는 피식 웃고 말았다.
알고보니 완전히 어린 여자애 취향의 귀여운 동물 캐릭터들 얼굴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아이용 우산이었던 것이다.


다 큰 여자가 쓰고다니긴 좀 창피하지만 소나기가 내리고 있으니 누가 그걸 일일히 챙겨보겠나 싶어 우산을 들고 길로 나섰다.


집을 나설땐 식당에서 사먹을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비가 쏟아지니 우선 집에 간 다음에 비 그치면 다시 나가던가 집으로 시켜먹든가 하는게 낫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집까지 절반 쯤 왔을때 였다,


다른 블럭보다 조금 튀어나와있는 보도블럭에 발이 걸려서 그만 휘청거리며 비를 뒤집어쓰고 말았다.


에이 뭐야, 하고 바로 우산을 머리위로 들었지만 이미 상당히 젖어버렸다.


아니-


그것을 깨닫자 피가 차가워졌다.

'너무나' 젖어있었던 것이다.


머리부터 발까지 도저히 1초 정도 비를 뒤집어 쓴 정도로 그렇게 될수 없을만큼 비에 젖어서 물을 먹은 옷이 무거워진게 느껴질 정도로 질퍽질퍽해져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전신에서 유일하게 비에 젖지 앟은 부분은 바로 우산을 들고 있던 오른팔이다.


즉, 자신은 분명히 우산을 들고 오긴 한 것이다.


그런데 몸은 흠뻑 젖어있었다는 말은 우산을 자신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에게 씌워주고 있었단 말인가?


스스로는 그걸 깨닫지도 못하고?


a씨는 그 자리에 우산을 집어던지고 비명을 지르며 집으로 뛰어갔다고 한다.

 

 

Posted by 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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