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의 괴담 12에서 이어짐)

 

k군은 할아버지의 재를 담은 단지를 배낭에 넣고 홀로 할아버지의 고향을 향해 떠났다.

 

물론 그의 진짜 의도는 할아버지가 말한 그 폐목공소를 탐험하는 것이었다.

 

딱히 담력 훈련을 하겠다거나, 흉가체험을 하겠다거나 하는 의도는 아니다.

 

다만 - 세상에 이런 일이 있어도 되는가 - 같은 심정이 그에겐 있었다.

신문지상으로 흉악범죄기사를 읽을 때 느끼는 분노와 체념등이 뒤섞인 감정.

 

k군은 이것을 해결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뭔가 내막을 알든 결판을 내든 하지 않으면 할아버지도 편히 잠들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러나 k군의 계획은 빨리도 어지러졌으니.

 

"완전 시골이잖아!"

 

하루에 두번 있다는 버스를 타고 내린 할아버지의 고향은, 길가에 듬성듬성 농가가 있고 나머지는 논밭인,

아마도 40년전의 그 농촌이었던 것이다.

 

우선 모텔을 잡아서 짐을 풀고,

홀가분한 몸으로 슈퍼에 들러 탐험하며 마실 음료수등을 사며 가게 주인에게서 정보를 수집한다.

 

-같은 계획은 결국 시골을 모르는 시티보이의 안일함이었다.

 

물론 이것에는 다행인 요소도 있었다.

 

인구의 유동이 적다는 것은 다시말해, 그때 여기 살았던 사람이 지금도 여기살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모텔은 포기하고 정보 수집을 나섰을때, 별 기대없이 말을 건 할머니가 바로 그 장소와 사건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할머니 역시 자세한 내막이나 가는 길을 알지 못했는데, 돌연 지나가는 차 하나를 향해 소리를 치는게 아닌가. (k군에겐 그 차가 서울에서도 흔히 보는 중형차라는게 신기했다.)

 

"아 김씨! 망한 목공소에 어떻게 가나? 면사무소 가는 갈림길서 그냥 직진이던가!"

 

"길 무시하고 그냥 직진. 아, 거기는 가지말라고!"

 

차를 운전하는 노인, 김씨는 그렇게 말하며 차를 세우지도 않은채로 그냥 가버렸다.

 

역시 그곳에는 할아버지가 말한 그것이 있다.

k군은 이리 생각하고 할머니에게 인사후, 알려준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중간부터는 길도 아니었기에 예상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허비되었다. 등에 매고 있는 베낭의 무게도 만만찮고.

 

이러다가 날 저문후에 도착하는게 아닌가 하고 k군이 걱정할 무렵, 드디어 폐목공소가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

 

길처럼 건물의 수명도 안에서 사람이 살며 수선해야 나오는 것, 40년 전에도 이미 폐건물이었던 목공소는 이제 와선 천정도 다 무너져내려 벽들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그 벽 역시 덩굴 투성이, 바닥은 풀로 가득했다.

 

옛날이라도 목공소였다면 콘크리트 포장된 부분도 있을텐데.

연약한 풀들이 40년을 들여 콘크리트 마저 뚫은 것일까.

k군은 약간 감탄하며 목공소로 걸어들어갔다.

 

폐목공소는 햇빛 아래서 봐서 그런가 전혀 공포스럽지 않았다.

 

그냥 풀밭에 벽들이 서있는 모습이 좀 어색하다?는 정도의 감상일 뿐.

 

그리고 그 새까만 어둠같은 무언가가 있었다는, 거주공간으로 사료되는 곳도 마찬가지였다.

 

한때 가구였던 것들도 계절변화를 겪으면서 스스로의 하중에 스러져, 무너진 천장과 뒤섞여 그냥 쓰레기 더미가 되어있었다. 

 

여기도 별거 없구나- k군은 그렇게 생각하고 방심했다.

 

그가 뒤돌아 나가려 할때였다.

 

그 소리가 들린 것은,

 

쓰레기 더미에서 들리는 소리는 바람에 쓰레기가 흔들려서 나는 소리 따위가 절대 아니었다.

 

그것은 의지와 방향성을 가진, 어떤 존재의 움직임이 내는 소리였다.

 

k군은 홀린 듯이 뒤 돌아봤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그곳에는,

 

사람과 닮았지만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한눈에 알수 있고.

 

밤과도 같은 검은 형체가 두발로 서서 k군을 바라보고 있었다.

 

 

k군의 입에선 자신도 주체할수 없는 비명이 터져나왔다.

 

 

 

 

 

 

 

 

"곰이다아아아ㅏ아아아아아아아앙!!!!"

 

 

 

뒤돌아 도망가는 k군의 뇌리에

 

'곰은 시속 60킬로로 뛴다던데!'

'곰은 사람이 죽은척하면 뜯어먹는다던데!'

'곰은 한번 뜯어먹다가 나중에 와서 마저 뜯어먹는다던데!'

 

같은 끔찍한 생각들이 네온사인처럼 번쩍 번쩍 떠올랐다.

 

정신없이 뛰던 k군이 용기를 내서 뒤돌아보니,

 

곰은 추격해오지 않고 목공소 문가에 서서 이쪽은 가만히 보고 있는게 아닌가?

 

k군도 멈춰서 무릎을 짚고 숨을 고르며 살펴보았다.

자세히보니 곰치고는 덩치도 작고, 가슴에 흰털도 보이는게 반달가슴곰이었다.

 

어쩌면 방송으로도 봤던 반달가슴곰 방사 프로젝트랑 관련이 있는 녀석일지도 모른다.

방사된 반달곰이 흘러흘러 여기로 왔고,

어린 시절 사람의 손에서 자란 녀석이면 인공물에 대한 거부감도 적을테니

폐목공소는 괜찮은 집터가 아니겠는가.

 

"아 그렇다면 방송으로 본 사람을 현실에서 직접 본 경우인가!"

 

그런 말이 자신도 모르게 나왔을때, 반달곰은 싸인해주기 귀찮은건지 다시 목공소로 들어가버렸다.

 

차분해진 k군은 다시금 생각했다.

 

아마 저곳에 무언가가 있기는 했을 것이다.

 

사람에게서 비롯한, 악의적이고 두려운 무언가.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그것은 자연에 삼켜졌다.

 

아니, 인간 자신이 자연에서 나온 것이니 그것도 자연에서 나온 것. 자연으로 돌아갔다는 표현이 올바르겠지.

 

반달가슴곰도 인간에 의해 멸종위기에 처했고 인간에 의해 방사되었으나,

 

지금은 겨울을 몇차례나 넘긴 야생의 프로일 것이다.

 

곰도, 폐목공소의 어둠도 자연으로 돌아갔다. k군은 그렇게 확신했다.

 

마음속이 개운해짐과 동시에, 어둠을 두려워했던 할아버지의 일생에 대한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그는 마을로 돌아오는 길에 적당한 언덕을 찾아 그 위에서 할아버지의 재를 뿌렸다.

 

하얀 재는 바람을 타고 허공에서 녹듯이 사라졌다.

 

한발 먼저 자연으로 돌아간 할아버지의 공포와 죄책감을 따라서.....

 

 

 

/전후편으로 나눈 것은 분량 문제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화법 자체가 틀리기에 나누었다~

전편은 기본적으로 괴담의 화법이었다.

그에 비해 후편은 호러 단편의 화법이지!

 

참고로 귀신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 역시 물리법칙을 준수해야 할 것이고,

딱히 영양보충을 하는 것도 아니고 광합성을 하는 것도 아닐텐데 나대면 수명 금방끝나겠지.

 

 

Posted by 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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