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씨는 원룸형 오피스텔로 이사한 뒤 이상한 일을 겪었다.

 

침대에 누워서 티비를 보거나 컴퓨터앞에 앉아있거나 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방의 안쪽에서 현관쪽으로 사람이 지나가는 기척이 느껴져 절로 고개를 들게 된다.

 

하지만 사람의 모습도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어쩐지 기척의 주인공이 여자, 그것도 나이가 많지 않은, 아마 10대 후반의 여자애라는 느낌이 있었다.

 

이것이 우연히 한번 일어난 것도 아니고, 술한잔 했을때 처럼 정신 몽롱하던 때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일주일에 두세번, 맨정신에도 느껴지니 아무리 생각해도 예삿일이 아니었다.

 

다만 이게 사진에 찍힌 것도 모습을 보인 것도 아니라 친구에게 이야기를 해도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데 방안에 여고생이 있는거 같다-는 이야기가 되는지라

 

병원가라.

발정났냐.

오타쿠 레벨이 올라서 그럼.

 

같은 소리나 들었다.

 

관리실에 가서 뭐가 나온단 이야기를 해도 그 방에서 여자가 죽거나 자살한 일이 있기는 커녕 지금까지 살았던 사람들은 전부 미혼 남성들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집안에 있으면 자신이 아닌 누군가, 어떤 여자애가 지나가는 기척이 분명히 느껴진다.

 

스스로가 미친게 아닌가 의심하기 시작한 y씨.

 

그런데 어느날 귀가하다가 엘레베이터안에 붙어있던 관리실의 중앙냉방 시작 공문을 보고 깨닳았다.

 

이 오피스텔은 중앙 냉난방이라 방안 창문바로 아래에 라디에이터칸이 존재한다.

 

y씨는 그 바로 옆에 침대를 붙여둔 위치였다.

 

그 기척은 항상 방안쪽에서 시작되는데, 곧 그 라디에이터 쪽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라디에이터 안에는 사람 한명 들어가긴 충분한 빈공간이 있을터!

 

y씨는 당장 집에 도착하자마자 라디에이터의 앞판을 조심조심 떼어냈다.

 

안에는 파이프와 에어콘, 그리고 텅빈 공간이 덩그러니 있었는데 여자 시체 같은게 있진 않았다. 

 

 

 

하지만 구석에 빨간 쇼핑백이 하나 놓여져 있었는데 꺼내보니 그 안에는 여자의 간단한 옷가지와 화장품 약간, 샴푸 한통이 나왔다 한다.

 

Posted by 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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