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군은 강원도의 대형 소 목장에서 일한다.

 

소 키운다-라는 목가적 이미지와는 달리 목장일은 해가 뜨기도 전에 일어나서 해가 질때까지 중노동의 연속이었다.

 

일이 끝나 숙소로 돌아가 저녁을 먹고 캔맥주 하나 마시고 들어눕고 눈뜨면?

 

넵. 근무시간.

 

이런 생활이 1년, 2년을 넘어가자 슬슬 한계가 왔다.

 

a군에게는 모은 돈으로 언젠가 서울에 올라가 작은 가게를 열고 시티 라이프를 살겠다는 꿈이 있었다.

 

그나마 페이는 제법 높고 딱히 돈나가는 곳이 없으므로 통장에는 돈이 차곡 차곡 쌓이고 있지만,

 

그렇더라도 서울에서 가게 하나 낼 정도로 돈을 모으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까?

 

그때 자신은 대체 몇살이 될까?

 

그때까지 이 고되고 아무 변화 없는 생활을 해야한다는 것은 암담한 기분이 들기 충분했다.

 

 

"아아. 누구라도 좋으니까 큰돈을 주지 않으려나."

 

휴식시간에 주저앉아 이렇게 몇번이고 주저리를 할때 였다.

 

"내가 주겠다. 꼬마야."

 

마치 쇠를 긁어대는 소리를 녹음해서 편집해서 사람 목소리처럼 만들기라도 한 것처럼 새되고 갈라지는 목소리가 들려 온 것은.

 

고개를 돌린 a군의 눈에 들어온 것은 험상궂게 생긴 사람의 얼굴이었다.

 

눈썹도 없고, 눈에 대부분이 검은 자위인 나이든 남자의 얼굴은 보통 사람의 얼굴보다 족히 두배는 되었다.

 

그리고 그 갈색 얼굴 아래 이어진 것은 도저히 착각할수 없는 황소의 몸이었다.

 

사람의 얼굴을 한 소는 다시 입을 열고 그 기괴한 목소리로 말했다.

 

"꼬마. 지금 바로 뚝방 길로 달려가라. 니가 찾는 것이 그곳에 있다."

 

a군은 바로 뛰었다.

 

물론 처음엔 그 무서운 존재로부터 도망가기 위해서였지만 목장 입구를 나서며 부터는 뚝방길에 가야한다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찼다.

 

중간 중간 쉬어가며 뚝방길에 도착했을때, 평소와는 다른 광경이 a군을 기다리고 있었다.

 

뚝방길 아래엔 고급 중형차가 하나 전복되어 있었고, 다가가보니 운전자 한명이 피흘리며 죽어있었다.

 

그리고 조수석에는 007가방 하나가 놓여져있었는데, 사고의 충격인지 열려져 안을 드러내고 있었다.

 

약간의 옷가지, 어떤 서류, 그리고 사람 주먹 만한 크기의 녹색 보석.

 

그 보석은 영롱한 광채로 가방 내부를 신비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 크기나 정교히 세공된 형태, 그리고 신비한 광채까지.

 

보석에는 문외한인 a군이 보기에도 보통 비싼 보석이 아닌게 분명했다.

 

a군이 침을 삼키고 보석을 향해 손을 뻗었던 그때였다.

 

 

"구...구급차.. 구급차....."

 

운전자는 살아있었던 것이다.

 

a군의 머리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눈도 제대로 못뜨는 모습으로 보나 출혈량으로 보나, a군이 지금 구조를 부르지 않는다면 죽음은 확실했다.

 

그리고 자신이 저 보석을 가져가는 것은 누구도 모를 것이다.

 

모아놓은 돈을 가지고 서울에 올라가 저 보석을 돈으로 바꾼다.

 

가게 내기에도 충분하고, 어쩌면 평생 놀고 먹을수 있을 정도의 돈이 들어올지도 모른다.

 

그런 화려한 도시 생활이 손에 잡하는 거리에!

 

그러나 이미 죽은 사람의 것을 가져가는 것이라면 몰라도, 아직 살아있는 사람을 그 사람의 물건을 훔치기 위해 외면하는 것은 어떤 의미 살인이 아닌가?

 

살인, 거기에 강도라니 평생 이렇다할 범죄없이 살아온 시골 청년 a군에겐 너무나 자극적인 단어였다.

 

또 아무도 모른다는 것도 희망사항이고 반드시 이 곳에 올 경찰이 발자국을 추적한다거나 하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a군의 마음을 결정한 것은 보석의 비범함이었다.

 

아무리 탐난다해도 저 신비하기까지한 보석이 목장일이나 하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물건으로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았던 것이다.

 

어쩌면 바로 쓸수 있는 5만원짜리 돈다발이었다면, 선택이 달랐을지도 모른다.

 

a군은 휴대폰으로 경찰에 신고했고, 10분 정도 지났을때 경찰차와 구급차가 같이 왔다. 

 

구급차는 아직 살아있던 운전자를 태워 갔고 경찰은 a군에게 간단한 사정청취를 들은 후 차를 살피다 가방을 발견해 도난 위험성이 있다하여 경찰서로 가져갔다.

 

a군은 떠나는 경찰차와 구급차를 그 자리에서 멍하니 바라보았다.

 

 

"기껏 내가 와줬더니만, 재미없는 꼬마구만."

 

예의 목소리가 들려 뒤돌아봤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후 a군은 목장으로 돌아와 샅샅이 뒤졌지만 사람의 머리를 한 황소 따위 당연히 있을리가 없었다.

 

a군은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아쉽단 생각도 들지만, 그 쇠를 가는 듯한 목소리를 떠올리면 자신이 틀린 선택을 했다곤 생각되지 않는다고 한다.

 

 

Posted by 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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