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의 괴담 19, 20의 결론)

 

 

"그러니까 자네가 귀신나무의 귀신이란건가."

 

"네. 마사님."

 

"다른 가능성은 없고?"

 

"분명 그렇습니다. 넘어진 뒤에 일어나자 마자 바로 밧줄 끌어내려서 교실까지 갖고 갔는데요."

 

"그리고 귀신 이야기가 퍼질 때까지 죽은 사람도 없고. 과연. 애초에 사망사고의 원인이 된 나무를 학교에서 그대로 남겨둘리가 없지."

 

"제가 밧줄에 감겨서 구른거 보고 웃어대던 놈들중 한명이 절 귀신으로 만들어버린거겠지요."

 

"확실히 밧줄에 감겨서 넘어졌다-라는건 이야기거리는 되지만 흥미를 끌기엔 부족하지. 그런데 죽어서 귀신이  되었다? 학교 끝날 시간만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딱 좋은 이야깃거리 아닌가."

 

"귀신이 된 제 입장에선 좋지 않은 일입니다요. 한번은 그 일로 싸움도 했었지요."

 

"음음. 당사자에겐 의미가 다르겠지."

 

"내가 그때 밧줄에 감겨서 넘어진 그 애다. 밧줄도 내가 치웠다. 이렇게 다 이야기해도 도통 믿지들을 않더군요."

 

"그야 그 애들한테 진실따위 전혀 중요치 않으니까, 중요한건 자기네가 재미보는거고. 그러니까 전교에 그 이야기가 다 퍼지게 된거지. 뭐 말함부로 하는 것의 위험성이란 어른도 잘 모르는 놈 많은 것 아니겠나."

 

"음. 그런데 신경쓰이는게 말이죠. 귀신을 봐서 전학간 애도 있고 전근간 선생도 있어요. 그렇게까지 했다는건 그 사람이 정말로 귀신을 봤고 상당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는 거잖아요. 일상이 지루해서 자극을 원한다고 그렇게까지 했을까요?"

 

"아. 흔한 착각이지. 자아가 자신의 전부라고 생각하는건. 오직 소프트웨어적 측면만 봐도 자아는 그 인간의 일부에 지나지 않아. 어떤 관점에선 허상으로 볼수 있지."

 

"그러니까 의식과 무의식 말씀하신건가요?"

 

"그보다는 뇌기능의 오작동이지. 예를 들어 높은곳 현상이란게 있지. 높은데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저 아래로 끌어당기는 힘이 느껴지거나 뭔가가 뒤에서 밀거 같은 느낌을 받지 않는가? 그건 인간의 운동신경과 생존본능이 충돌해서 생기는 현상이라네. 그외에도 그냥 가만히 앉아서화해도 될걸 괜히 에너지 소모하며 돌아다니며 통화한다거나. 인간의 정신이라 불리는 것을 구성하는 다양한 구성요소들이 오작동을 일으키거나 서로 충돌해서 자아가 이해할수 없는 결과가 생기는 일은 굉장히 흔하다네.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야. 인간은 어디까지나 동물이니까."

 

"음. 그러니까 그들이 본 귀신은 자기 뇌의 오작동으로 생긴 현상이란거군요."

 

"동물동물. 개나 소나 지렁이나 선충같은거."

 

"점점 내려가는데요."

 

"진화 앞에 다 평등하고 동등한 종들이지. 그 두 사람에 대해 생각해보면 동물의 뇌오작동하기 좋은 조건들이지. 전학가야 했다던 애가 귀신을 본 시간은 이른 아침, 아마 잠도 다 깨지 않았을테고, 어둑어둑한 멀리를 한동안 쭉 응시했다는 것 아닌가? 헛걸 보기 딱 좋지."

 

"그러고보니 군대서 보초설때 한 곳을 오래 보지 마라, 뭐 그런게 있다고 들었습니다."

 

"인간의 뇌가 가진 연상능력과 인지하는 구조면 나무를 귀신으로 보이게 하는 것 쯤은 별거 아니지.  선생 쪽도 방학 기간, 선생으로서 일상에 변화가 오고 여유시간이 많아졌지. 귀신은 빈틈을 노린단 말은 심리학적으로도 맞는 말이라 생각하네. 뭐 그렇다해도 다 큰 성인이, 게다가 선생이니 그 나무에서 실제로 죽은 사람이 없다는 것도 익히 알고 있을 사람이 그 정도까지 망가졌다면 원래도 자칭 귀신을 보는 체질이었을 가능성이 높아보여. 지금도 어딘가에서 자기 뇌가 만들어낸 귀신을 보고 있을지도 모르지."

 

"그거 병원 가보는게 좋을거 같은데."

 

"나는 귀신본다, 굿해서 낫는다, 는 것에 익숙해지면 완전히 다른 세계관을 가진 정신과 치료 효과가 별로일거야. 뭐 굿한다 부적쓴다 해서 어찌 저찌 별탈없이 살고 있을걸."

 

"그랬으면 좋겠군요. 하아. 다른 사람이야 그렇다해도 전 역시 무당에겐 화가 납니다. 결국 다른 사람의 어려운 처지를 이용해서 겁을 줘가며 막대한 돈을 갈취하는 것 아닙니까?"

 

"하하. 그런 부류가 어디 무당뿐이겠는가? 일종의 공연수입이라 생각하게나. 무라는 한국 전통 문화 보존 기금에 기부했다 치라고."

 

 

Posted by 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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