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외에서 유치원생 아들을 혼자 키우고 있는 워킹맘 k씨는 태풍이 친 다음날 개를 발견했다.

 

그 개는 덩치가 크고 흑갈색 털이 복슬복슬한데, k씨를 보자마자 다가와 꼬리를 치는 붙임성 좋은 녀석이었다.

 

k씨는 그 개가 아마 태풍이 치는 동안 겁에 질려서 탈출한게 아닐까 싶어 동물병원에 데려갔다.

 

이 근방에 하나 있는 동물병원이니 이 근처 개라면 어느 집 개인지 알아볼거라 생각해서 였다.

 

하지만 동물병원에도 처음 보는 개라 하고 칩도 이식되어 있지 않아 더 정보를 얻을수 없었다.

 

k씨는 일단 주인을 찾을때까지 임시보호를 하기로 하고 개를 데려왔는데

 

다행히 아들은 무척이나 개를 마음에 들어했고 개 역시 대형견이 그렇듯 아이에게 살갑게 대했다.

 

자신이 직장에 있는 동안 아들이 홀로 외로워할 것이 늘 안타까웠던 k씨로서는 잘되었다 생각되었고

 

아들의 의사대로 개는 장군이로 부르게 되었다.

 

 

이후 k씨 모자와 장군이는 한가족으로서 살게 되었다.

 

장군이는 장난기가 많지만 그렇다고 아이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선은 지키는 똑똑한 개로

 

아직 어린 아들이 장군이와 둘이 외출한다해도 안심될 만한 듬직한 반려견이었다.

 

그리고 어린 아이들의 계층사회에서 큰개의 주인은 존경받는 지위이라

 

k씨의 아들이 동네 아이들과 부쩍 친해지는 계기도 되었다.

 

작고 어린 k씨의 아들이 커다란 개를 옆에 데리고 쫄쫄 돌아다니는 것은 동네어른들이 보기에도 재밌어보이는 광경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한달이 지나 여름이 끝날 무렵,

 

k씨가 근무중인데 바람이 크게 불고 큰비가 내리는게 아닌가?

 

아들이 걱정된 k씨는 집에 전화를 걸었는데 집에 있을 아들이 전화를 안받는게 아닌가?

 

혹시 장군이를 데리고 나갔다가 비에 발이 묶여 어딘가에서 오도가도 못하는게 아닌가.

 

혹시 감기라도 걸리는게 아닌가.

 

k씨는 걱정이 태산이라 이웃주민에게 찾아봐달라 부탁하러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이웃집들 역시 도통 통화가 안되는 지라, 애가 집에 없어 전화를 안받는게 아니고 바람때문에 통신에 문제가 생겼나보다 싶어졌다.

 

그래도 몇분 간격으로 계속 전화를 하다보니 비바람이 그친 후에 아들이 전화를 받았다.

 

역시 바람때문이었구나 하고 안심한 k씨는 아무 일없느냐고 물었고.

 

아들은 장군이가 갔다고 대답했다.

 

"장군이가 갔다니 그게 무슨 일이야? 장군이가 다친거야?"

 

"아니. 주인이 와서 장군이가 따라갔어."

 

순간 k씨는 머리가 멍해졌다.

 

이제껏 연락도 없던 개주인이 설령 나타난다고 해도 당연히 자신에게 전화를 먼저 할 것이다.

 

연락도 없이 바로 집으로 찾아가서 애혼자 놔두고 개를 데려간다고?

 

그렇다면 도둑인가? 아니면 개장수?

 

"주인이라는 사람이 와서 다른건 뭐 안건드렸어?

 

"아니. 안건드렸어."

 

"그 사람은 뭐라고 말하든? 자기가 어디서 왔다던가 장군이 어디로 데려간다거나 말 안했어?"

 

"말 안했어."

 

아들은 말했다.

 

 

 

"그 사람 입이 없었어."

 

 

Posted by 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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