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의 괴담 - 30. 3대

괴담 2016. 6. 23. 23:28

 

p씨는 작은 지방 식료품 도매상의 경리 직원으로 일하다가 거래처중 한 곳의 사장과 결혼하게 되었다.

 

거래처 사장이라고 해도 슈퍼마켓 사장으로, 나이가 차도록 결혼을 못하자 친분이 있는 여러 곳에 중매를 부탁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p씨는 그보단 5살 정도 어리지만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에게 민감하게 연령이 적용되는지라 비슷비슷하게 결혼적령기에 쫓기던 느낌이었다.

 

잠깐 사귀어보자 성실하면서 또 은근히 유머감각도 좋은 남자라 같이 살아도 괜찮겠단 느낌에 결혼을 했다고 한다. 

 

p씨의 남편에겐 같이 살던 아버지가 있었는데, 시아버지도 그 세대에선 늦게 결혼을 해서 할아버지나 다름없었다.

 

처음에는 나이많은 시아버지가 부담스러웠지만 막상 같이 살아보니 성격이 온화하고 오랫동안 아내 없이 살아서인지 며느리에게 폐끼치는 일도 적어서 금새 마음을 놓게 되었다 한다.

 

또한 결혼후 1년이 지나 p씨가 경사스런 득남을 하게 된 이후,

 

맞벌이인 p씨 부부를 대신해서 낮시간 동안 손주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피기에

 

시아버지가 없었으면 어쩔번 했나 생각할 정도였다.

 

그렇게 그 집에서 4명의 3대가 행복하게 살았었더란다.

 

 

그러나 3대의 행복한 시간은 그로부터 3년도 되기 전에 끝났다.

 

시아버지가 뇌졸증으로 돌아가신 것이다.

 

장례식을 치룬후, p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갓 3살된 아들 돌보기에 들어갔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p씨의 아들이 돌연 앓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감기인가 했으나 밤이 되면서 열이 매우 올라 들쳐매고 병원 응급실로 달려가기에 이르렀다.

 

열이 나는 이유를 알수 없다하여 해열제도 처방해주지 않는 의사의 냉담한 태도에 남편이 격분해 언성을 높이는등. 

 

여러가지, 회상하면 고통스런 일화들을 남기고 결국 p씨의 아들은 죽고 말았다.

 

얼마 안되는 사이에 가족이 반토막 되어버린 것이다.

 

p씨도 남편도 정신이 황망하여 아들의 장례식을 어찌 치뤘는지 기억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렇게 일상만 겨우 이어가던 어느날, p씨의 엄마가 전화로 이런 이야기를 전해왔다.

 

집에 갑자기 우환이 생기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다. 내가 유명한 점쟁이를 아는데 한번 같이 가자.

 

p씨는 점쟁이를 믿지 않았지만 워낙 황량하고 뭐에라도 위안을 찾고 싶은 상황이라 바로 승낙했다.

 

그렇게 엄마와 둘이서 찾아간 곳에서 p씨는 점쟁이로부터 충격적인 소리를 듣는다.

 

 

p씨의 시아버지가 죽은 뒤 귀신이 되어 사랑하던 손주와 함께 있길 원해 죽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손주가 어미와 애비를 찾을테니 그 집에서 빨리 나오란 것이다.

 

 

p씨는 분개했다.

 

그렇게 온화하던 시아버지를 어린 아이를 죽이는 귀신이라고 말하다니.

 

우리 가족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복채 받을려고 무서운 소리를 하는 것 아니냐.

 

그런데 그렇게 따지던 p씨의 입을 다물게 한 것은 점쟁이의 조용한 한마디와 거기 실린 무게였다.

 

니 시아버지 귀신은 니 시아버지가 아니야.

 

 

이후 p씨는 겁이 나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친정에 머물렀다.

 

남편에겐 그 집이 무서우니 이사가서 살자고 말했으나 난데없이 꺼낸 이사 이야기라 당연스레 거절당했다.

 

한참 언쟁을 하다가 점쟁이가 해준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역시 당연스럽게 남편은 격노했다.

 

이후 p씨는 자신이 그저 자식을 잃은 충격에 이상한 소리를 들어서 정신이 나간건지 자문해봤으나

 

아무리 그래도 그 집에 다시 들어갈 용기는 없었고.

 

남편 또한 점쟁이의 이야기에 더욱 오기가 생긴건지 절대 집을 안떠난다 고집을 부려서 두 부부는 자연스레 별거에 들어갔다.

 

별거 생활 한달후 어느날 p씨가 전화를 받자 경찰이었고 p씨는 그걸 안 시점에서 남편이 죽었다는 것을 직감했다고 한다.

 

공식적인 사인은 뇌출혈. 그러나 p씨는 진짜 사인을 알고 있었다.

 

p씨는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사람들을 고용해 뒷처리를 맡겼다.

 

그들이 장례 절차 및 짐도 처분해주었고 집의 상속및 처분도 알아서 해결해주었다.

 

그러나 p씨의 기억속, 가족 3대의 단란했던 일상. 그 아름다운 추억이

 

어두운 집안에 창백한 귀신 3대가 오두커니 앉아있는 모습으로 변한 것은 누구도 해결해주지 못하는 일이리라.

 

 

Posted by 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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