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군은 자취하는 대학생이다.

 

자취방은 대학에서 한정거장 떨어진 작은 아파트인데,

 

허름하고 평수도 적은 아파트지만 집세가 싸단 장점이 있다.

 

부모님에게 간섭받기 싫어서 자취를 고집했지만 그 집세는 부모님에게 타 써야하는 j군의 형편상 이 정도면 만족할만 했다.

 

그런데 신경에 쓰이는 이웃이 있었다.

 

바로 옆집의 혼자 사는 할아버지.

 

아파트 앞 벤치에 자주 나와있곤 하시는데, j군이 지나가다 인사라도 하면 고개를 끄덕이며

 

"이제 3달 남았어. 3달."

 

이렇게 말하는게 아닌가. 

 

뭐가 3달남았나요? 하고 j군이 물어봐도 그런게 있다고만 말하는 할아버지.

 

-그럴거면 말을 말든가.

 

j군은 그렇게 생각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이것은 할아버지를 만날때마다 반복되었고 보름 정도 지나자 3달은 2달로 바뀌었다.

 

그리고 2달은 한달이.

 

또 한달은 30일에서 하루 하루 줄어들기 시작했다.

 

j군은 속으로 그 노인을 '카운트다운 할아버지'라고 불렀는데,

 

차츰 그 숫자의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다른 이웃을 만났을때 슬쩍 그 숫자의 의미를 아는지 물어보기도 했는데,

 

그들 역시 숫자를 궁금해할뿐 그 숫자가 어떤 뜻인지를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 할아버지의 카운트다운이 제로가 되었을 날 이후,

 

할아버지는 더 이상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신고를 받고 찾아온 경찰이 목을 매단 할아버지의 시체를 발견해서 수습해갔다.

 

j군과 이웃은 후에 뒷처리를 하러온 복지사에게서 일의 전말을 알게되었다.

 

할아버지는 연령상 당연히 직장이 없다.

 

정년퇴직까지 일했으니 연금이 나온다지만, 애초에 한국의 노후보장제도는 늙으면 자식에게 봉양받는게 당연하던 시대에 뼈대가 짜여진, 이미 핵가족 시대인 지금에는 한참 뒤처진 것.

 

안그래도 박봉의 직장인이었던 할아버지의 연금이 노후를 보장해줄수 있는 액수일리가 없다.

 

이 역시 노인으로서 당연한 일이지만 병원비와 약값의 부담도 상당했고.

 

하나 있다는 자식이 자기 먹고 살기도 힘들어 봉양할 형편이 안된다하니 할아버지는 결국 저금을 깨며 살아가는 수 밖에 없었다.

 

원래 많지도 않던 저금 액수는 제로를 향해 차츰차츰 줄어들고, 할아버지는 자신이 파산할때까지의 날자를 카운트다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무 가진 것 없이 길에서 짐승처럼 죽기 전에, 아직 집과 재산을 보유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삶을 마감한 것이다.

 

그 날자를 주변 사람에게 카운트다운해주었다는 것을 빼면, 흔히 볼수 있는 경우라고 복지사는 말했다.

 

 

이웃들은 노인이 노화나 병때문에 죽는게 아니라 돈 때문에 죽는 현실을 개탄했다.

 

그들의 말을 들으며 j군은 자신의 학비와 집세를 내주고있는 부모님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의 운명이, 그리고 자신의 운명이 할아버지과 다를거란 확신을 가질수 없다는 것에 몸을 떨었다.

 

Posted by 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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