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인동맹에 어서오세요- 이하 초인동맹을 시드노벨 첫타 3 작품중 가장 재밌게 읽었다.
특히 초인 엔터테인먼트를 테마로 다루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매력적일 뿐 아니라
앞으로의 확장성 또한 무척이나 기대되는 요소였다.

그래서 2권이 나온걸 보자 바로 사왔는데-
일단 전체적인 감상은 호평이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상당히 거슬리는 점이 하나 있다.

-초인동맹은 초인 엔터테인먼트를 포기할 생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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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동맹은 시드노벨 레이블이고 장르를 따지자면 라이트 노벨로 판타지의 범주에 속한다.
하지만 판타지 역시 엄연히 현실성을 필요로 한다.
아니, 오히려 픽션이고 판타지이기 때문에 지켜야할 현실성이 있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현실성은 리얼리즘 문학의 현실성과는 다르다.
(마법이나 초능력을 지나치게 과학 내부로 합리화시키려는 시도가 최근 판타지에서 종종 보이지만 그건 현실성에 대한 오해다.)

살해당하지 않으면 영원히 사는 종족은 생사관이 인간과 다른게 당연하다.
단신으로 대량학살이 가능한 마법사들이 수두룩한 세계의 전쟁은 달라야 한다.
타인의 마음을 읽을수 있게 된 소년의 대인관계는 이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들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
그려낸 가상에 대한 근거는 제시되었는가?
캐릭터간 드라마의 개연성은 있는가?
독자는 그걸 납득하고 재미를 찾을수 있는가?
판타지에서 정말 어려운 것은 남다른 환상설정보다 오히려 이것이다.

초인동맹에서 그려지는 초인 엔터테인먼트란 것이 현실성이 있는가?
이 세계에 초인이 실존하고 엔터테인먼트화 되어있다면 초인동맹에서 그려내는 것과 같을까?
이 과제를 클리어하기 위해서 작가가 자신이 겪은 '판타지 소설 업계'의 경험을 끌어들인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판타지 sf도 작가가 아는 것이 근원이 되는 것이고.
더욱이 다른 분야라고해도 '업계' 공통이라고 할 만한 부분은 작가 자신의 경험을 가져다 쓸수 있으니 깊이를 더할수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참고의 영역이자 어쩌다 패러디 정도로 선을 그어야한다는 것은 원칙.

초인동맹 2권에선 초인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판타지소설 업계가 투영되는 정도가 아니라 판타지소설 업계가 초인 엔터테인먼트를 가리는 장면이 부쩍 늘어났다.
주로 망작, 반품같이 초인 엔터테인먼트에선 어색할 판타지 소설 업계 용어 사용이 주이고
시스템 자체에 큰 모순이 생겨날 정도는 아니긴하지만.
1권과 비교해보면 분명히 증가세. 이런 추세라면 3권 이후가 염려스럽다.

초인동맹이 그려야 할 것은 초인 엔터테인먼트지
초인 엔터테인먼트의 탈을 쓴 판타지 업계 사정이 아니다.


물론 그 업계 내부 사람이 낄낄대기엔 후자쪽이 재미가 있겠지만 작품의 퀄리티와 장래를 볼땐 자해행위나 다름없잖나.
Posted by 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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