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한국에서 크툴루 신화가 차츰 알려지고, 그 영향이 넓어짐에 따라 크툴루 신화의 창조자인
러브크래프트의 이름 또한 알려졌다.

그런데 한국에 전해진 그의 평은 상당히 편향되어서,
그가 사람들과 대화하는 법을 몰랐다.
어릴적 여자 옷을 입고 살았다.
히키코모리였다.
변태였다.
찌질이였다.

이 따위 소리가 대다수다.
특히 공포의 보수등 초창기 번역작의 서문과 후기는 참담할 지경이다.
아니, 그 작품 좋다고 번역해서 팔아먹으면서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하고 작가 얼굴에 똥칠하나?

러브크래프트가 사람과 잘 대화하지 못했을까?
작품의 대화문을 보자면 그럴 가능성이 커보인다.
어릴적 여자 옷을 입었었다.
사진으로 기록이 남아있으니 사실이긴 하다.
변태였을까?
사람 죽은지 꽤되었다고 변태라 부르며 희희낙낙하는게 변태다.

그러나 '얼레리 꼴레리~ 러브 크래프트는 어릴때 여자옷을 입었대요~'하고 놀려대는건
당장은 재밌을지 모르나 결국 자신의 눈을 가리고 귀를 찌르는 꼴이다.
러브크래프트를 이해하는데 유년기에서 중심적으로 살펴할 사실은
그가 화학과 천문학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가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데 서툴렀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다른 작가, 과학자들과 서신으로 의견을 나누었다는 점이다.


자, 크툴루의 창조자, 아자토스의 명명자, 러브 크래프트의 최대 특징은 무엇인가?
작가로서 러브 크래프트가 이 전의 작가들과 달랐던 점.
크툴루 신화가 고딕 호러와 다른 무언가가 될수 잇었던 점.
그 특성을 낳은 요소가 무엇인가?

그가 바로 '20세기' 미국인이었다는 것이다.
1890년에 태어나서 1920년대에 작품활동을 시작한 사람으로서.
어릴적부터 과학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의 작품 곳곳에 진화, 양자론, 심리학등의 과학이 언급되며
비교신화학 등 과학의 방법론으로 신화를 다룬 학문 또한 언급된다.
그의 작품은 당시 '최첨단'의 트렌드를 담은 작품인 것이다.
그리고 세계와 인간을 보는 관점에서 알수 있듯이,
러브크래프트는 유물론자이며 무신론자였다.
그의 작품이 동시대에 왜 제대로된 평가를 받지 못했는지 알겠는가?
그의 작품을 신성시하는 컬트 교단이 존재가 왜 아이러니인지도 알겠지.

물론 그의 작품에 과학 이론들이 그렇게 세련되게 녹아든 것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그의 작품을 sf로 보자면 하급으로 볼수도 잇겠지만,
그것을 능가하는 요소가 있다.
그의 작품에는, 크툴루 신화에는 과학이-
인간이 과학으로 인해 새로 깨닫게 된 진실이, 그 시각이 배어있다는 점!!! 

사실 러브크래프트의 공포소설은 한줄 요약이 된다.
바로 -진실의 목격담- 이 아니던가.
이것이야말로 러브크래프트의 공포 소설에 공통된 네러티브이며 동시에 그 소설 자체이기도 하다.
이 세계의 내면, 혹은 자기 자신의 내면에 감추어진 진실을 목격하고,
그 진실을 두려워하고 절망하며 남긴 기록.
그리고 그 '진실'은 20세기의 과학이 밝혀낸 진실이다.
이것이야말로 러브크래프트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요소이다. 
그리고 크툴루 신화와 그 신화가 세월이 흘러서야 정당한 평가를 받으며
오히려 날이 가면 갈수록 영향력이 커지는 이유인 것이다.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크툴루 신화라 불리는 일련의 소설들이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말하기 이전에
러브 크래프트라는 작가의 최대 특징이자 현대에선 눈길이 잘가지 않는 특징을 짚고 넘어가야 했기에 이 글을 쓴다.
Posted by 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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