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현재에 해석되는 과거의 기록. 

 

현재가 도외시된 해석은 무의미하겠지만, 쓰여진 시대의 환경과 조건, 관념을 바탕으로 해야하는 것은 기본이라네.

 

주로 사극 정도전이후 그가 시도했던 재상중심 정치를 입헌군주제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군주의 권력을 제한한다는 면에선 둘은 비슷하게 보이지만,

 

시민계급의 대두로 발생한 입헌군주제와 동양의 재상중심 정치는 뿌리부터 다르다.

 

중국에서 만들어진 동양정치체제에서 군주란 단순한 권력자가 아니다.


그는 하늘로부터 천명을 받아 군림하는 자로 국가의 모든 통치행위와 그 권위의 근원이 된다.


그런데 이 절대자에겐 한가지 문제가 있는데,


그 역시 한명의 인간이란 것.


인간이 타인이 손도 댈수 없는 절대 권력을 가지면 여러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란 점이다.


그리고 혼자 통치하는 것도 아닌데 엘리트 통치계급도 뭐 좀 떨어지는게 있어야 할 맛이 난다는 말못할 이유도 더해져.


절대 권위를 가진 자의 권력을 어떻게 제한할 것인가?

 

라는 숙제가 생긴 것이다.


이로 인해 고대 중국에서부터 군주는 제사, 일부 인사에만 신경쓰고 실무는 재상등의 신하가 맡아서 해야한다는 사상이 생겨났다.


군주의 권력을 절대시했다고 알려진 법가조차 군주 개인의 자질과 상관없이 통치가 이뤄져야한다는 점에선 이런 사상이 들어가 있는데


이런 사상을 일컬어 허군 사상 이라고 한다.


'절대'라는 말이 붙을 정도로 군주가 유아독존인 사회에서 어떻게 군주가 허虛, 텅 빈 듯 보일수 있는가?


무슨 근거로 군주에게 그걸 도입하도록 설득하겠는가?


허군 사상을 주장하는 신하들은 다음의 근거를 들어 군주가 실권을 가지면 안된다는 주장을 폈다.



 

첫째, 군주가 멍청하면 어떡하나?


군주는 혈통에 의해 세습되는 자리로 대부분의 왕조에서 장자상속제이다.


그런데 군주 아들이라고 남의 아들보다 똑똑하거나 큰아들이 작은아들보다 똑똑하단 보장이 어디있는가?


그에 비해 재상은 유능한 정치인을 뽑아서 쓰고 써보고 아니라면 교체하면 된다.


혈통으로 뽑은 사람이 간판을 맡고 능력으로 뽑은 사람이 실무를 맡는다는 분업의 논리이다.



 

둘째, 그 분야의 전문가가 하게 하라.


인간 사회에는 수많은 분야와 직종이 있지.


아무리 군주가 영명하다 한들, 한사람이 그 모든 분야를 파악하고 전문가가 될수는 없는 것 아니겠나?


따라서 군주는 각 분야의 전문가를 뽑아서 일을 시키되 그 전문가가 하는 일에 간섭하지 않는 것이 맞다는 주장이다.


 

 

셋째, 현실 정치에는 실패가 따른다.


현실에는 너무 많은 변수가 있고 한계가 있는 사람의 지력으론 그 모두를 파악하고 계산할수가 없다!


따라서 제 아무리 뛰어난 정치인이라해도 결국 실패를 전혀 하지 않을수는 없다는 것이고,


이때 그 정치인이 군주라면 문제가 생기는데, 우선 실패했다는 점에서 권위가 깍이는 것도 그렇거니와


실패의 책임을 물을수가 없는 것이다!

기껏해야 군주 스스로 죄기조라고 반성문을 쓰는 것이 고작이다.


정치실패가 불러올 수 있는 온갖 끔찍한 일을 생각해보면 최고로 책임을 묻는게 스스로 반성문을 쓰는 것- 이건 확실히 곤란하지 않겠는가?



그외에 오행설 등의 여러 이유가 있지만 현실적이고 합리성을 가진 근거는 이 셋으로 봐도 무방하다. 


군권과 신권의 충돌은 역사에서 흔히 보여지는 일이고 많은 사건의 근원이므로 허군사상과 그 근거는 알아둘만 하다.



그리고 이 허군사상을 뚜렷히 보여주는 고대의 서적이 바로 여씨춘추이다.


진나라 재상 여불위가 학자 3000명을 모아서 만든 고대 중국의 대작.


실제로 여불위는 어린 임금을 대신해서 전쟁을 비롯해 진나라의 전권을 휘둘렀으니 자기 책에 실린 내용을 실천한 것이다.


아니, 여씨춘추에 허군사상이 실린 것 자체가 여불위가 자신의 권력을 정당화하려는 의도가 반영되었으리라.


그런데 말이다.

 

여불위가 전권을 휘두르던 시절,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그걸 지켜볼수 밖에 없던 군주가 누구다?


영정.

 

후세 사람들에게 알려지길-


 

 

 

 

 


진시황





 

사기에는 진시황의 모후와 여불위의 스캔들이 비중있게 다뤄지지만,


마사 생각에 그런 스캔들 없었어도 여불위는 죽을 목숨이었도다!

 

Posted by 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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