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미국만화가 들어온 것은 대중문화 황금기로 불리는 9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워낙 독자층이 적었고 또 imf로 문화 시장 자체가 큰 타격을 받으면서 단발성 이벤트로 끝나게 된다.
그러나 최근 몇년,
미국만화를 원소스로 하는 영화의 개봉을 기회삼아 미국 만화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가 되면서 미국만화 매니아층도 늘었다.

헌데, 사람이 늘어나면 분란이 생기는건 어딘들 다르겠나.
아니나 다를까 인터넷에선 또 미국만화vs일본만화 싸움이 종종 터지는걸 볼수가 있다.
-내가 보는게 니가 보는것 보다 우월하니 내가 너보다 우월한 인간이다-라는 이야기인데, 뭐 흔한 소리를 하는 흔한 인간들이다.
애시당초 개별 작품이면 모를까 특정 국가에서 만들어진 작품들을 통채로 뭉뜽그려서 고저를 따지는게 가능이나 한 일이겟는가?
물론 그 개별적으로 좋은 작품이 일본쪽에 많고 시스템적으로 창작에 더 적합한게 일본 만화계라는건 부정못할 사실이고 그 결과, 미국에서조차 일본만화가 미국만화보다 잘팔린다.
(수정: 전체 판매량은 일본만화보다 미국만화가 높다고 한다. 나루토등 특정 작품이 잘나가는 것임.) 
따라서 이것은 일본 만화가 미국만화보다 낫다는 근거로 볼수도 있지만.
창작물의 우열과 그것의 평가에는 가치, 취향이 중시된다.
현재 미국 만화는 일본 만화의 아류가 아니라 자기 고유 영역을 갖고 있으니 못하다고 하기 힘들다.

하지만, 특정한 상황, 조건하에서라면 어느쪽이 낫고 어느쪽이 못하다 단언가능하다!

'국내 정식 발매'이란 말이 앞에 붙으면!

마사가 단언한다.


정발된 미국 만화는 정발된 일본 만화보다 못하다!




즉, 정발된 미국 만화는 번역에 문제가 있어서 원본이 갖고 있었던 재미를 일부 상실했다는 이야기 이며
창작물의 번역은 언어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현재 미국 만화 수입의 최대 주체는 대형 출판사 시공사인데
시공사의 번역은 이미 기존 미국 만화 매니아들에게 문제를 여러번 지적당했다.

말투가 획일화되어서 캐릭터의 개성이 죽었다, 고유 명사와 일반 명사의 구분이 제대로 안되었다, 말을 괜히 빙빙꼬여서 뭔소릴 하는지 모르겠다
  등등.

심지어는 작품 전체의 결론이나 다름없는 결정적인 한마디를 누락시키는 사단을 일으키기 까지 했다.

문제의 장면

이 시공사의 번역자들이 영어를 못해서 이런 문제가 생긴걸까?
글쎄다.
만약 이게 영어실력의 문제라면 그 이전에 그 번역자들이 번역한 숱한 작품들도 다 문제가 되었겠지.
즉, 그 주된 이유는 번역자의 영어실력 이외의 곳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말돌리지 말고 걍 결론부터 치고 가자.
미국 만화의 번역은 영어 능력 외의 다른 능력, 아니 소양을 필요로 했고 현재의 번역자들은 그 소양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우선 국내정발 미국만화의 태반을 차지하는 슈퍼히어로 만화들을 예로 들어보자.
(실제로도 미국만화에서 슈퍼히어로물의 비중은 굉장히 높다. 명실상부한 주류라 할 수 있지.)

이 슈퍼히어로물의 경우, 단행본이라 할지라도 독립적인 물건이 아니다!

슈퍼맨이나 배트맨, 아이언맨 같은 슈퍼 히어로물 만화의 경우 일반적인 창작물과는 달리 그 캐릭터들이 개인의 지적재산권에 속한 것이 아니라 기업의 자산이다.
이 시스템은 미국만화의 큰특징으로 개별 작품의 작품성 자체를 보자면 명백한 단점요소지만
여러 작가의 손과 시선으로 캐릭터를 재해석, 구성할수 있다.
(즉, 사골 국물을 우려낼수 있다는 것)
더 나아가 그 캐릭과 동회사 캐릭터들을 사용해서 거대한 세계관을 구축해냈다는,
일종의 (회사별)슈퍼히어로 코믹 월드를 구성해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사골 국물 짬뽕이요!)

이 들의 사골국물을 우리고 우리고 또 우려낸 것이 현재의 작품들로 독자를
'그 국물 몇번 마셔본 놈.'으로 상정하고 쓰고 있는 작품들이 많다는 이야기!

여담이지만, 이것은 심지어 작화에 까지 영향을 미친다.
슈퍼맨 첫화의 표지.
양팔로 탈것을 들고 앞으로 기울여 찍을 듯한 포즈,
저 포즈는 슈퍼맨 투모로우, 킹덤컴등 한국에서 번역된 슈퍼맨 관련 작품에서도 쉽게 오마쥬되는걸 볼수 있다.

국내 발매된 '저스티스'의 경우 수십명의 영웅, 악당 캐릭터들이 대뜸나와서 치고 박고 싸움질이다.
이 들이 누구이고 구체적으로 어떤 능력을 갖고 잇으며 누구랑 원수고 왜 그런지등은 작중에서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럴 시간도 분량도 없다.
독자들이 그 영웅과 악당들의 역사를 사전에 알고 있기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과거'의 문제만이 아니다.
시빌워를 예로 들어서 이 코믹 월드로서의 특성을 살펴보자.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등은 별개의 인물이고 따라서 자기 인생이 있을게 아니겠어?
그래서 각자를 주인공으로 연재하는 만화 씨리즈, 정규 연재물이 존재한다.
그런데 세계에 커다란 사건이 일어나면 각자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적대하기도 하고 그런단 말이야.
예를 들어서 '슈퍼 휴먼 등록법'을 두고 히어로들이 둘로 나눠서 싸우는 이벤트'시빌워'가 일어난다고 하자.
특정 주인공을 내세우지 않고 이 시빌워라고 불리는 이벤트의 커다란 흐름을 따라간 것을 단행본으로 낸것이 바로 '시빌워'이고 미국만화 용어로 메인이슈라고 부른다.
그 시빌워 기간동안 아이언맨의 행적을 따로 단행본화 한 것이 '시빌워: 아이언맨'이고 미국만화 용어로 타이인이라고 부른다.

             시빌워(메인이슈)                      시빌워: 아이언맨(타이인) 
     
           


이렇듯 슈퍼히어로 만화들은 과거, 그리고 동시대에 진행되는 코믹 월드와 연결되어 있으므로
그 이해 역시 그 연결고리를 탈수 있어야 완전해진다.
같은 이치로, 번역 역시 그 연결고리를 탈수 있는 사람만이 제대로 할수 있다.

번역자가 지금 자신이 번역하는 작품이 어떤 역사를 배경으로 깔고 있으며 현재 어떤 맥락에서 진행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니 번역이 부자연스럽고 독자의 이해가 힘든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 캐릭터들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는데 
번역된 대사에 어떻게 생명력이 있겠나! 

번역자가 번역하는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해 문제가 생기는 것은 
 시공사만의 문제가 아니고, 슈퍼 히어로 만화의 문제만이 아니다.
미국만화를 한국에 들여오는데 있어서 시공사와 양대 주축을 맡고 있는 세미콜론,
이 세미콜론의 기대작, 스콧 필그림을 예로 들어보도록 하자.

미국 만화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이 작품의 최대특성은 무언가?
무엇을 보고 하비상등 유력한 작품상의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는가?

밴드보컬이 여자 꼬시는 이야기가 신기해서?
그림체가 엄청 독창적이라던가 미학적 경지에 올랐나?
대사가 시적이라던가?

전혀 아니다.

1권의 하이라이트 부분. 공연 무대에 오른 스콧 앞에 천정을 부수면서 적수가 나타난다.
그리고 공연이고 뭐고 서로 결투를 벌이는데 한참을 두들겨 맞아도 딱히 고통을 보이거나 행동의 장애를 보이지 않으며 그저 hit수만 올라간다.
이건 현실에서의 싸움이 아니라 명백히 격투게임의 서사를 따른다.

이렇듯 스콧 필그림은 서브 컬쳐를 만화라는 매체 안으로 꾹꾹 눌러담는등, 때때로 매체 마저 넘나드는 연출상의 과감함과 자유분방함이,
발랄하다못해 부조리로 까지 느껴지는 스토리와 조화되는 것이 핵심이라 볼수 잇는 작품이다.
그런데 번역자가 그 발랄함을 따라가는가?
적에게 어퍼컷을 먹여 공중에 띄우고 따라올라가 64hit!를 기록하는 행위를
'에어 저글링'이라고 번역하고.
적에게 공격당해 다운 당해 쓰러져 있는 상태에서의 반격을 '역전' 공격이라고 한다.
공중 콤보, 리버설등 국내에서 이미 그 행위들을 가르키는 단어로 널리 쓰이고 미국 만화 독자들도 익히 알만한 단어가 존재하는데 말이다!

번역자가 이해를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자신이 번역하고 있는 작품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어떤 면 때문에 높이 평가받는지를. 
그런데 어떻게 원작의 액기스를 손상하지 않을 수 가 있겠나?

어떤 면에서 이것은 '번역자 개인의 잘못'이라고 부를만한 것은 아닐지 모른다.
미국 만화는 '미국' 만화로 그 정서나 기반의 역사, 팬덤과의 교류, 시스템 등이 전부 미국에서 시작되어 미국에서 쌓인 장르이다. 
미국과 풍토가 다른 외국으로 옮겨지면 이해 부족은 일어날수 밖에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반면에 일본 작품들의 경우 이런 문제가 두드러지지 않는 것은
일본 만화는 접한 시간이 훨씬 길었으며 일본 만화 시스템도 잡지의 역할을 대여점이 하는 식의 변형이 가해졌을 지언정 국내에도 도입되었다는 점.
즉, 출판사나 독자나 적응 완료라는 이야기다.


마사가 간단히 평하기도한 라노벨 '기어와라! 냐루코양'의 경우,

크틀루 신화를 기본 모티브로해서
특촬물, 애니메이션 등 일본의 서브 컬쳐들을 꽉꽉 눌러담아 패러디한 작품이다.
즉, 기반이 되는걸 알아야 즐길수 있다는 점에선 앞서 예를 든 작품과 같다.
그리고 번역자가 작품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은 다르지!
이 작품의 번역자가 권말에 시시콜콜할 정도로 패러디를 해설 해놓은 것이 화제가 될 정도였다.

즉 작품을 구성하는 것이 무엇이고 그게 어디서 나왔는지를 빠삭하게 꾀고 있다는 말이다. 

이렇듯 미국 만화의 번역문제가 생기는 원인은 결국 미국 만화 시스템이 온전히 한국에 들어오지 못했다는 것 까지 거슬러 가는 문제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앞으로 미국 만화를 보는 독자가 더욱 늘어나고,
출판사가 그들을 노리고 메인외에 타이인, 정규 간행물까지 출판하게 되면,
저절로 해결되게 될 문제라고 말할 수 도 있다.

하지만 그때까지 국내 미국만화 독자들이 나쁜 번역을 참아야 하나!
허접번역을 돈내고 봐야하냐고!

미국만화든 일본만화든 어디 듣도보도못한나라만화이든
창작물의 번역은 결코 언어변환이 아니다.
번역자는 모름지기 자신이 번역하고 있는 것이 '외국어 문헌' 정도가 아니라
고유의 생명력과 매력을 가지고 있는 존재로 이해하려 노력해야만 한다.
그 노력이 충분치 못하면 그 번역물의 독자는 본토의 독자가 느꼈던 것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게 되니까 말이다. 

Posted by 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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