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에서 발로그는 극도로 인상적이게 등장한다!
그러나 다음 순간, 어떤 의미에선 좀 허무하게 사라진다.
물론 이야기 전체로선 간달프를 끌고 가는 바람에 원정대 자체가 나눠지는,
반지의 제왕의 주요 분기점을 불러내지만.
화려하고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리라 기대한 사람은 실망했을 것이다.
그냥 간달프랑 손잡고 어둠속으로 떨어져 내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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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간달프와 발로그의 싸움을 보자.
이 싸움은 발로그를 이겼다는, 굉장히 명예로운 싸움임에도 간달프는 말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 정도로 악전고투였다,
그러나 다시말해- 간달프는 혼자 발로그를 이긴거다.
그렇다면 도망가지 않고 원정대와 함께 정면으로 싸웠다면 죽음직전까지 가지 않고도 이길수 있지 않았을까?
간달프는 분명히 그런 사실을 알았을텐데 왜 혼자서 발로그를 막아섰을까?

왜 그랬냐니?
당연하지 않는가?
간달프의 임무는 발로그 퇴치가 아니라 반지원정대를 이끄는 거니까!

일단 발로그는 오크, 트롤과는 비교가 안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신족인 마이어 출신이다.
마이어는 사실 특정 종족이라기 보다 발라가 아닌 신족을 통털어 말하는 총괄적인 개념이긴 하지만
(발로그, 사우론, 웅골리안트, 간달프, 사루만이 모두 마이어)
인간을 초월한 존재인건 공통점이다.
간달프는 인간의 형태를 하고 와서 제한을 받지만 발로그는 그나마도 없다.
그는 일반 무기로 상처를 입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때 반지원정대 내부에서 발로그 상대로 간달프를 제외하면 애러곤뿐이다.
엘프인 레골러스와 드워프인 김리도 겁을 먹었으니 전력이 안될테고.
게다가 호비트쯤 되면 발로그가 채찍으로 슬쩍 긁어도 산산조각이 날거다.
발로그를 잡는 것도 큰 공이지만 반지의 파괴가 더 우선이었던 거다.

그리고 간달프가 발로그와 대치한 지점을 보라.
허공위의 다리.
그리고 발로그가 올라오자 다리를 무너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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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달프는 전략 전술적으로 최상의 선택을 한 것이다.
돌다리 하나 부수는 걸로 발로그를 따돌리다니.

다만 마지막에 방심을 하는 바람에 아래로 끌려 들어가고 목숨건 사투를 벌여야 했지만 말이다.


발로그는 모르고스에게 있어서 더없이 귀중한 부하이다.
실마릴리온을 읽어보면 금방 알수 있다.
엘프의 내노라하는 영웅과 왕들이 전사했을때, 그들이 누구에게 죽었다고 나오나?
그렇다. 죄다 발로그한테 죽었다.
당시 엘프의 영웅들과는 비교도 할수 없는 3시대의 반지 원정대들도 오크를 수십마리씩 베어넘겼던 것을 보면 발로그외엔 그 들을 상대할수 있던 자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영웅과 왕급이 아니라면 더 쉽다.
반지의 제왕에서 저 겁없던 레골라스와 김리마저 발로그를 보고 공포에 질려 무기를 떨어뜨린걸 봐라.
잡병들은 발로그를 한번 보기만해도 전의를 상실할 것이다.
그리고 발로그가 모르고스에게 있어서 더 없이 귀중한 부하인 이유는 그 능력외에도 하나 더 있다.

발로그는 모르고스의 부하중 유일하게 충성스런 존재다.

그렇다. 모르고스는 중간계의 악의 근원이자 악 그 자체. 거짓말, 살인, 협박, 고문등 나쁜건 전부 그가 만든 거다.
그러니 군신관계도 뒤틀리고 음험한 것이다.

트롤은 멍청하다. 지능이나 인격 자체가 없다.
톨킨월드의 첫작품인 호비트에선 그래도 말을 할줄 알고 마법이 깃든 물건도 쓸줄 알지만
서로 싸우다가 해떠서 돌이 되는등, 이미 그때 멍청함의 화신이었다.
반지의 제왕 - 실마릴리온을 거치면서 그나마 있던 지능까지 날아가고, 단순 몬스터로 전락했다.
충성을 하네 마네 할 대상 자체가 아니지.

오크는 그리 멍청하진 않다.
반지의 제왕에서 피핀과 메리가 납치된 부분, 프로도를 고문하는 부분에서 오크의 언행이 자세히 나오는데-
모르고스의 작품답게 성격이 더러울뿐 바보는 아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성품이 천박하고 충성심이 아니라 공포때문에 복종한다.
생각해봐라. 원래 오크는 엘프를 모르고스가 고문해서 오크로 바꾼거다.
대체 무슨 고문을 얼마나 하면 엘프가 오크로 변하는지도 의문이거니와.
오크가 자신을 그 꼴로 만든 모르고스를 좋아할리 없잖나!

모르고스가 만들어낸 최강의 종족 용.
이들은 힘만 보자면 발로그 이상이지만-
물욕이 많다.
실마릴리온에서 보면 글라우룽은 보물을 깔고 누워있는걸 싸우는 것보다 좋아한단걸 알수 있다.
얘도 모르고스를 부모이자 군주로 여기지 않긴 마찬가지.

모르고스의 참모 사우론은 어떨까?
후안에게 목이 물리고 루디엔에게 협박받자 위임받은 성의 지배권을 넘기고 목숨을 건져 달아난다!
사우론 굴욕 시리즈 중에서도 최상급에 속하는 사건.
게다가 루디엔의 협박 내용은 [네가 후안의 이빨에서 빠져나가려면 몸을 버리고 영혼만 도망치는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모르고스가 네 혼을 영원히 고문할거다]였다.
사우론 역시 모르고스에게 충성을 바치기 보다 두려움이 더 컸다는걸 알 수 있다.

그에 비해 발로그는 이상적이다!
이들은 물욕도 없고 지능도 높아 지휘관으로서 활동해도 무리가 없고,
심지어 지하 깊숙한 곳에서 수백 수천년 동안 모르고스의 부름을 가만히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또한 인간(?)의 진실된 모습은 어려울때 드러나는 법.
모르고스가 웅골리안트의 거미줄에 묶여 비명을 지를때
발로그들은 멀리 떨어진 요새 지하에서 그 비명을 듣고 곧바로 뛰어와 모르고스를 구해낸다.
그리고 실마릴리온에 나오는 수많은 전쟁, 전투에서 발로그가 도망쳤다는 기록은 전혀 없다.

발로그는 어둠의 군주 모르고스에게 있어서 엘프의 왕들을 상대할 수 잇는 유일한 카드이자 더없이 유효한 카드이며
그 어떤 상황에도 믿을수 있는 친위대 인 것이다.
Posted by 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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