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팬들이 기대했던 영화 베오울프가 개봉했다.
이게 3d애니메이션인 것을 극장 가서야 깨닳은 사람들이 속출하며 영화 마케팅에 대한 성토가 이뤄지기도 했고-
영화의 새로운 미래에 대한 기대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영상이 카메라와 필름의 한계에서 해방된 것은 이미 오래전에 예견된 일이고
(마사는 파이널 판타지7에서 그것을 느꼈다.)
그 해방의 페널티가 기술발달로 점점 줄어나가는 과정의 진일보라는 점에선 베오울프가 물건이긴 하다.
그러나 마사의 관심은 현대의 소설 베오울프와 그것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애니 베오울프 (이하 베오울프 2007)가 6세기부터 노래되었던 서사시 어떤 점에서 다른 이야기인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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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포스터의 저 문구들이 어울리는 것은 서사시 베오울프이다.......
(이하 스포 있음. 마사월드에서 감상 비평글을 볼땐 기본적으로 네타있다고 감안하라.)

베오울프 vs 베오울프2007

서사시 베오울프의 베오울프는 그야말로 참영웅이다.
칼날이 안통하는 괴물을 맨손으로 죽였다는 신력부터가 비범하거니와
그 성품또한 비범하여 그야말로 그린 듯한 영웅이다.
덴마크의 왕으로 천거 받은 것도 원래는 한번 거절하고 선왕의 아들을 왕으로 천거한후 그를 신하로 섬기다가
그가 아들 없이 죽은 후에 다시 천거받자 그때서야 받아들인 것이다.
왕위를 선뜻 양보한 것도 그렇지만 자기가 양보했기에 왕이 된 자의 충실한 신하였다는 것은
사심없음을 넘어서 사람 맞나 싶을 정도의 무욕이다.

이런 사심없음은 물론 베오울프가 기독교도에 의해 글로 옮겨지며 추가된 부분도 있을 것이다.
용이 나타나 사람들을 괴롭히자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나 용을 퇴치하고 사람들을 개종시킨뒤 다시 황야로 떠난 성게오르기오스를 비롯.
기독교의 영웅들은 그렇게 사심없이 신만을 섬겼으니까.
그러나 기독교니 게르만신화니 하는 것 이전에.
영웅됨의 조건 자체가 자기 사욕보다 공의를 우선하는 것이 아닌가.
또한 인간들은 바로 자신들이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기때문에 사욕을 차버리는 자를 존경하는 법이다.

이런 베오울프는 백발이 되어서도 용이 나타나 백성을 괴롭히자 자신이 직접 나가 싸우고
용을 죽인후 자신도 죽어가며 '용의 보물로 백성들이 잘먹고 살수 있게 되었으니 내 죽음은 헛되지 않았다'고 말하고 죽는다.
등장부터 죽을때까지 영웅으로 일관한다.
고대의 영웅들은, 대중들이 영웅을 고깝게 보기 이전, 반영웅들의 이야기가 태어나기 이전의 영웅들은 그렇게 순수할수 있었을 것이다.

한편 베오울프2007은 물론 영웅이긴 영웅이되
인간을 벗어나지 못한 영웅이다.
나름대로의 욕망과 단점, 그리고 무엇보다 과오를 저지를 수 있는 인간인 것이다.

베오울프2007에서의 베오울프도 탁월한 역량을 가진건 같다.
그러나 그 모습은 마초성이 강하여.
'칼이 안통하는 괴물? 그럼 벗고 싸우지!' 라는 말에서 허황됨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는 뛰어난 용기와 힘, 지혜로 괴물 퇴치을 하지만-
자신의 공로를 허풍섞어 떠벌리기도 하는 인간이다.
자신감은 물론 오만하기도 하며 정치적인 힘과 명성을 추구하고자 한다.
그리고 결국 유혹에 넘어가 과오를 저지르고 만다.
젊고 유능하며 마초스러운 야심가-
완벽했던 베오울프보다 인간적인건 사실이지만.
주인공부터가 이렇게 다르다면 이야기도 달라지겠지.


그렌델의 어미 vs 안젤리나 졸리

저렇게 영웅이 절대선에서 인간으로 변모했으니
그러므로 괴물들의 성격도 절대악에서 저주받은 자로 변할수 밖에 없다.
원래 이들은 영웅담에 항상 나오는 퇴치되는 괴물들로 절대악이었다.
혹독한 자연이나 선주민을 상징할수는 있겠지만 자신들만의 관점을 가진 캐릭터는 아니었다.
그저 어디선가 나타나서 사람을 해치는 괴물로 영웅들이 퇴치하고 명성을 얻을 존재들이로서.
영웅과 이들의 전투는 피를 끓게하고 영웅의 승리는 통쾌하며 베오울프와 용의 공멸은 비장하다.

그러나 베오울프 2007에선 그렇지 않다.

베오울프에서의 모습과 베오울프 2007의 모습이 가장 다른 캐릭터는 바로 그렌델의 어미이다.
베오울프에서 그렌델의 어미는 그냥 괴물이다.
그렌델이 1번 괴물이었듯 그렌델의 어미는 2번 괴물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베오울프 2007에서 그렌델의 어미는 안젤리나 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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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녀는 영웅들과 계약을 맺어 권력을 내리며 괴물 아이를 낳는 존재다.

분량, 관점 제한이 있는 애니에선 상당부분 삭제되었지만 소설에서의 그렌델은 그 나름의 생각과 의의를 가진 캐릭터다.
그렌델은 인간들이 벌이는 잔치 소리에 수십년동안 시달려왔다.
본래 신분이라면 마땅히 수좌에 앉을만도 하건만 그가 절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잔치의 소음이 잠도 못자게 들볶았으니-
사실 누구들 살의가 생기지 않을까.
다만 그는 분노하면 몇배나 거대해지고 인간을 맨손으로 찢어죽일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게 차이지.
사실 그는 흐로드가드의 죄의 댓가로서 처음부터 고통받고 증오하도록,
그리하여 아버지의 집을 살육으로 뒤덮도록 운명지어진 아이다.

베오울프에선 노예의 절도에 분노해 인간들을 습격한 용은
베오울프 2007에선 베오울프의 아들로 그 아버지에게 자신의 증오와 분노를 토로하는 존재다.


흐로드가드와 베오울프의 그릇 차이로 인한 힘의 상하는 있을 망정.
그 아들들이 자신들이 속할수 없는 세계를, 아버지를 증오하는 것은 같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것이다.
안젤리나의 아이들과 베오울프의 왕위는 별개의 것이 아니다.
그렌델은 흐로드가르가 왕일수 있는 계약의 결과이다.
베오울프는 그렌델을 죽인 공로로 왕위에 올랐다.
베오울프가 왕이 될수 있는 계약으로 태어난 것은 바로 용이다.
그렌델과 용은 아버지의 죄를 짊어진 존재이며 동시에 그 죄에 대한 벌 자체기도 하다.

이것은 권력, 욕망, 시스템등에 대한 은유이자 통찰이다.
용의 뿔잔이 상징하는 바는 노골적이기도 하다.
사실, 이것은 이 세계 어디에나 있는 '인간의 과오'에 대한 보편적인 은유인 것이다.
누군가는 베오울프2007을 부시 정부에 빗대기도 했는데 그게 틀린 것은 아니다.
또한 그렌델, 수마, 용이 자연의 입장으로 본다면 산업화 시대와 환경파괴로 읽을수도 있다.
보편적이기에 많은 것을 대입 가능하며 동시에 인간이 거기서 벗어나긴 힘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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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 차이는 1400년이라는 세월에서 비롯된다

베오울프와 베오울프 2007인 영웅이 괴물을 퇴치하는 영웅담이다.
그러나 같은 재료를 가져다 쓰고도 얼마나 다른 이야기가 태어났는지-
특히 클라이막스 격인 용과의 대결이 그랬다.

거대한 화룡에 맞써 싸운 노영웅의 비장한 전투-

'아버지의 죄'를 부르짖으며 아버지가 사랑하는 것들을 모두 파괴하려는 아들과
그것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알면서 그것을 막아야만하는 아버지가 서로 죽고 죽이는 이야기-

인간이 자연을 정복한대신 지구온난화의 시한부 선고를 받고, 문명이란 단어에 부정적인 느낌이 날로 배가되는 현대.
그 시대의 베오울프는 더 이상 절대악과 싸우는 절대선일수 없고 자신이 범한 죄의 벌과 맞서는 인간일수 밖에 없는 것이다.
Posted by 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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