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3권이 2010년에 출판된다고 한다.
2권이 출판된지 거의 5년만이니
보통 오랜만이 아니다.
마사 또한 1, 2권의 구입자로서
3권을 나오길 기다린 사람으로서
평을 하나 쓰도록 하겠다.



'십자군 이야기'는 중세의 십자군 전쟁을 배경으로 개그와 만담이 가득한 책이다.
이 책이 그런 개그 요소로 인해 폄하되어서는 안된다.
중세 십자군 이야기에 부시대통령의 얼굴을 한 말하는 당나귀가 나온다거나
007선전영화가 나온다거나, 이런 요소가 나온다고 이 책의 메세지까지 웃어넘겨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그런 개그, 만담이 전달하는 이 책의 매세지는,
이 책이 풍자하고 지적하는 현실은 웃어넘길수 잇는 것이 아니다.

마사는 도서관에서 역사 코너를 돌아다닐때
히틀러를 특별한 존재로 치부하는, 악마화하는 책들을 볼때마다 눈쌀을 찌푸린다.

그야 편하긴 하지.
모든건 악마 잘못. 그 놈의 잘못. '남'의 잘못 입니다.
아~ 좋다~

그로 인해
그 히틀러를 열렬히 지지한 민중들과
그 히틀러의 명령을 철저히 따른 군인들에 대한 고찰을 피해가기 때문이다.
더욱이 히틀러와 마찬가지 일을 지금도 하는 지도자에 대한 고찰도.
히틀러와 유태인 탄압에 대해 격분하고 온갖 욕을 갖다 붙이는 이스라엘인이
지금 팔레스타인에게 하는 일을 보면 간단히 알수 있다.

미국, 이스라엘에 히틀러 이야기가 있다면 한국쪽에선 일제시대 관련 이야기가 그렇다.
실제로 위안부 이야기라면 한국 남자들 누구나가 격렬히 분노하고 열변을 토해내지만
한편으론 현대 한국에서 적지 않은 여성들이 성노예 생활을 하고 잇다는 얘기를 들으면
갑자기 눈멀고 귀먹거나, 반세기전 일본제국군의 영령에 빙의가 된건지
-다 돈벌려고 하는짓, 원래 밝히는 년들이-운운하지 않는가?
또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격렬히 비난하는 사람들이
아무런 문제의식없이 베트남 참전'용사'라는 말을 입에 올린다.
안빈 마을 학살같은게 용사들의 위업이라면
용사들의 우두머리 도조 히데키가 신이 되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는가.
이런 사람들이 바로 히틀러를 권좌로 올려놓은 백성이고 안빈 마을의 용사들의 평화시 모습이다.

이중잣대, 껍데기에 눈길을 빼았겨 본질을 못보는 본말전도.
위험하면서 동시에 만연한 것들이다.  

그렇기에 십자군 이야기는 힘을, 생명을 가진 책이다.  
저자 김태권은 중세시대 십자군 전쟁에서 성전의 '포장'을 벗겨내서
십자군 전쟁의 본질은 사실 끓어넘치는 광기와 폭력이요,
또 그 광기와 폭력이 끓는 솥인 중세의 종교가 지배하는 세계를 드러내
아직도 계속되는 미국의 '정의로운' 전쟁이며
민중을 광신으로 이끌어 이득을 챙기는 각국의 기득권층을 통렬히 비판한다.

맞는 말이다.
더욱이 십자군 전쟁에 대한 기독교도 역사가들의 기존 저술 논조를 생각해보면 더욱 통쾌하다.
살인, 강간, 식인이 무슨 얼어죽을 놈의 성전이냐고!





그런데-
 
이 책은 재미가 있는 책이고 의미를 가진 책이긴 하나,
역사저서로서 좋은 책으로 볼순 없다.
실제로 '십자군 전쟁에 대한 다른 시각이 담긴 역사책'을 원했던 독자라면 금새 책을 덮기 십상이다.
부시 얼굴 당나귀 때문이 아니다.
십자군 이야기 자체가 역사를 다루는 책으로서의 올바른 태도를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십자군 이야기 앞쪽에는 십자군 이전 역사에 대해 저술하며
십자군의 배경, 기원을 말하는 부분이 권마다 1부씩 들어가있는데. 
그런데 여기서는 십자군의 폭력의 근원을 고대 로마에서 근원한 것으로 본다.

카이사르의 갈리아 정복을 만행이자 폭력의 악순환으로 해석한다?
그럴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죽은 것은 사실이며 7년 동안 전쟁에 몰두한 것은 폭력이 폭력이 부른다고 할수도 있겠지.

아랍인의 정복을 유머러스하고 종교적으로 관대했다고 해석한다?
그럴 수도 있다. 
이슬람교는 동시대 기독교보다 종교적으로 관대해서
레콩키스타등에서 볼수 있었던 종교적 인종 청소와는 거리가 있었다.
근대 이전까지 이슬람권에서 기독교도들은 세금은 더 내고 종종 차별 대상이 될 지언정
나름 생활터전을 갖고 살아갔지만 기독교권에선 이슬람교도는 생존자체가 힘들었다.

그런데 카이사르의 갈리아 정복을 만행이자 폭력의 악순환으로 해석한 사람이-
동시에 아랍인의 정복을 온화하고 유머러스하게 해석했다고?
게다가 눈 커다랗고 코믹하게 그려진 아랍정복자 캐릭터의 대사로-
"남자는 모두 죽이고 여자는 노예로 팔고- 이건 로마인이나 하는 짓이고"가 있다고?
이것은 이중잣대이고 역사왜곡이다.

성전-지하드 사상은 이미 아랍 정복 시대에 존재했으며
알리 아시드등 광신적이고 잔혹한 정복자들이 있었다.
또한 지중해 연안 마을 도시에 사라센탑이 있는 이유등등
이런 것들을 싹- 무시했잖는가.
카이사르의 갈리아 정복을 폭력의 악순환이라고 하지만,
지금의 프랑스에 해당하는 방대한 지역의 속주화가 7년만에 끝났다는 것이며
그후 갈리아인들이 로마를 거부하고 독립운동을 하기보단 로마에 동화되고 로마에 한자리 얻길 더 바랫다는 것등.
속주를 착취하는게 아니라 융화시키려한 로마의 태도와 갈리아인의 협조를 또한 싹 무시하고 있잖는가.
아랍의 정복에선 기독교세 안내려고 개종하는걸 코믹하게 그려서
'정복당한 사람들도 정복을 좋아했다'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이슬람교에게 정복당한 기독교인이 갈리아인보다 더 행복하고 만족했다고?
지금으로부터 2000년전에 국경 방위란 개념을 실현시킨 팍스로마나 또한 그렇게 간단히 폄하할 만한 것이 아니란 것을 역사를 아는 사람이 모를리가 없을테고. 
아랍인이 종교적으로 관대했다는 주장도 맞은편의 로마에 대한 비난 때문에 빛을 잃는다.
당연하지!
이슬람교도가 종교적으로 관대한 것은 어디까지나 기독교도에 비해서 그렇단 거지.
다신교인 로마와는 게임조차 안된다.

역사를 다룬 저서가 현재 사람들의 삶에 메세지를 전달하려는 것- 
잘못된 일이 아니다.
역사란 결국 과거 사람들의 삶에 대한 기록이란걸 생각해보면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 메세지 전달을 위해서 그 메세지에 적합한 시대와 사건을 골랐다면,
그 다음부터는 역사적 사실에 충실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정치적 주장이고
사료가 그것을 뒷받침하느냐 마느냐는 둘째라는 것.

이것은  역사관련 저작을 하는 사람가 아니다.

그리고 십자군 이야기의 유명세에는 '로마인 이야기를 깟다'가 붙기도 하는데.
우선 카이사르를 비롯해 팍스 로마나에 맹공격을 퍼부은 것이 그렇기도 하지만.
그 백미는 바로 도움을 받은 책란에서 수에토니스의 황제열전에서 평이다.
그 부분을 그대로 발췌해보도록 하겠다.
-로마 사람 수에토니우스가 온갖 사료를 긁어모아 구성한 '황제열전' 수에토니우스는 당시 황실에 보관된 자료만이 아니라 민간의 평판이나 소문까지도 가감없이 기록하였는데, 사실 이점이야말로 후세 사람이 정말 고마워해야할 부분이 아닐까? 현대 일본의 어떤 대중 작가가 로마에 대한 사견을 피력하며 수에토니우스를 얕잡아보았는데 사실 이것이야말로 가소로운 일이 아닐수 없다.-

사견 이야기를 하자면, 김태권 자신도 '민간의 평판이나 소문도 가감없이 담았다'고 표현한 황제열전이다.
굳이 역사에 대해 알 필요도 없이,
인간에 대한 상식만 있어도 사료로서의 신빙성을 의심해볼만한 책이다.
역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로마에서 '황실에 보관된 자료'라는 것이 무엇을 가르키냐고도 의심하겠지.
그 황제열전을 사료로서 신뢰하지 않은 것을 가소로운 사견이라고 하지만,
민간 평판이나 소문은 뭐가 그렇게  가소롭지 않은가?
거기에 비해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에서 황제열전의 '티베리우스 변태색골+살인마설'을
'근거가 없으며 그것이 사실일시 벌어질 일이 전혀없었으며 그런 류의 소문은 전혀 아닌 황제에게도 잇는걸 보면 대중의 취향이 투영된 것임'이라고 정면으로 쳐버렸다. 
얼마나 당당하고 납득이 가는가.

여기서도 저자 김태권의 태도는 일관적으로 보인다.
그는 근거가 충실하고 역사적으로 올바른 책을 원하는게 아니라
(자신이 생각하는)적을 욕하는 책을 바라는 것이다. 

사실 로마인 이야기의 참고 자료란과 십자군 이야기의 도움을 받은 책란을 비교만해봐도
둘 중 어느 쪽이 사료에 충실하며 역사관련 저서로서,
또 역사관련 저작을 하는 사람으로서 올바른 태도를 갖고 있는지 알수 있다.

우선 로마인 이야기는 참고한 역사서며 논문이 빼곡히 적혀있으며
그 다양성은 물론이오 개중에는 해당 권이 쓰여지는 같은 시기에 발표된 저서도 있다.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에 살면서 과거 로마의 땅들을 돌아다니며 로마관련 '최첨단'연구물들을 참고했다는 것을 알수 있다.
그런데 십자군 이야기의 도움을 받은 책?
참고한 책, 논문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빈곤한 것은 둘째치고 그 하나하나마다 저자의 '평'이 길게 붙어있다.
이런 책을 내다니 미국 진보세력의 꼬라지가 어쩌네 저쩌네하는 식의.
'사견'이 길게 늘어져 있는 것이다.
십자군 이야기의 저자 김태권은 역사관련 저서의 참고도서란의 중요성을 모르는 듯 하다.
그것은 동시에 '왜 역사관련 저서에는 참고도서를 써야하는가'를 모른다는 이야기도 된다.
픽션을 쓴다면야 그럴수 있겠지.
호러물 같은건 그냥 '조지 워싱톤이 식인종!'이라고 해도 되는데 말이야.

역사를 쓴다는 것은 결국 사료를 해석한다는 말이다.
여기 누가 그 시대에 살아서 보고 듣고 겪었단 말인가!
따라서 진실을 찾기 위해선
1. 우선 신뢰성이 높은 사료를 선정하고
2. 다양한 사료를 모아 객관성을 유지할것.
이 두가지가 중요하단 말이다.

십자군 이야기는 자기가 까는 로마인 이야기에 비해 사료의 신뢰성이 낮으며
사용된 사료 역시 절대숫자가 확실히 차이가 날 뿐더러 입맛에 맞춘 사료다.
두 이야기의 진실이 충돌할때 어느 쪽이 진실에 가까울지 시작부터 무게가 한쪽으로 기운다.

그리고 구체적인 이름을 밝힌게 아니라 '어떤 대중작가'라고 표현한 부분도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어떤 대중작가'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역사의 권위자인 기번이나 몸젠, 로마 시대 역사가인 타키투스의 견해에 반대할때를 보자.
우선 해당 견해를 소개한후, 그 후에 이런 역사 연구로 저런 새로운 사실을 밝혀졌다.
그 사실을 바탕으로 보면 그 견해에는 이런저런 오류가 있다.
기번의 대영제국 지식인적 속성이니 타키투스의 공화파 속성은 그 다음에나 나오는 이야기다.
김태권식으로  '모 영국 연구자는 이 법안을 나쁘게 평가했는데, 식민지 착취하는 나라 사람이 어련하시겠수'
이런 식으론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김태권의 시오노 나나미에 대한 태도는 결코 다른 견해에 대한 반박이 아니다.
다른 진영(이라고 생각하는) 유명인에 대한 중상에 지나지 않는다.
문맥을 보자면 어떤 대중작가라는 호칭에는 비아냥이 담겨있는 듯 한데
정작 그 어떤 대중작가보다도 사료에 충실치 못하고 무례한건 누구인가.
(물론 시오노 나나미 스스로가 자신을 역사가가 아니라 작가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것은 절대 자신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역사가가 아니라 작가이기에 할수 있는 이야기가 있고 나는 그걸 하고 있다'는 자신이다.
로마인 이야기 10권에서 인프라 이야기를 대중에게 납득시킨 전과를 보면 그 자신은 근거가 있다.)

1. 이중잣대로 인한 역사왜곡
2. 다른 진영 유명인에 대한 중상

이 두가지 잘못만 따져봐도, 역사 관련 저작에선 범해선 안되는 잘못아닌가.
그런데 저자는 왜 이런 잘못을 저질렀을까?

일단 십자군 이야기라는 책 2권만 봐도 저자는 평균이하의 지성을 가진 사람-바보는 아니란걸 알 수 있다.
마음에 안드는게 보이면 트집잡아 까대는게 낙인 사람도 아닌듯 하다.
그런데 왜?

답은 간단하다.
그는 자신이 추종하는 가치가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고 있으니까. 

자신이 추종하는 가치가 다른 사람들의 가치와는 비교할 수 없이 고귀하고
그 가치를 위해서라면 다른 가치나 그 가치의 추종자들을 근거없이 바보 취급해도 상관없는 것이다.
타협을 한다고? 타락을 잘못 말한 것이겠지.

이것이 바로 십자군의 마음을 불태웠던 불꽃이다.

십자군 이야기 3권이 곧 나온다고 하는데,
마사는 구입할 생각이다.
다만 그것은 명박정권의 행태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담겨있을 것을 기대하는 것이지
그 책이 중세 십자군 전쟁에 대해 잘 알려주거나,
'전쟁=악' 이상의 통찰이 담겨져있을 거라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뭐, 이제 하다하다 삼권분립마저 무시하려드는 정권이니 그 놈만 잘까도 충분하긴 하지.


ps: 지금 다시 보면서 깨닳은 것인데.
저자는 성전, 십자군 전쟁을 광기로 확신하는데-
그 바탕이 되는 기독교와 이슬람교 자체에 대해서는 비판을 피하고 있다.
그걸 이용하는 사람이 나쁜거지 종교가 나쁜게 아냐-라는 태도인데,
정치적으로 올바른 태도이긴 하겠으나, 그게 정말로 올바른 태도일까?
기독교의 도그마 원천, 성경은 신이 직접 '이교도를 죽여'라고 말하는 책이다.
가족이 다른 종교를 권하면 네 손으로 직접 쳐죽이라고 까지 적혀있는 책이야.
책임이 없을리가 없잖아?
그런데 모든 것을 중세 기득권층의 음모로만 모니 
중세 기득권층 악마설이 히틀러 악마설과 그렇게나 다를까. 

Posted by 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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