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이 날이 오고야 말았군.
어떤 사람은 기대하고
어떤 사람은 우려하며
많은 사람은 기대하며 우려한 날.

스타크래프트2의 베타테스트가 시작되었다!!!







베타 테스터에 당첨되지 못한 게이머들이 호기심과 좌절을 비벼먹고 잇는 와중에도


클로즈 베타 테스트만으로도 타 RTS들을 발라버리는 파괴력!
그리고 그에 합당한 퀄리티는 블리자드의 호언장담을 납득하게 만든다.
또한 스타1이 현재 한국 e스포츠의 중심인 상황에서 스타2는 다양한 화두를 낳고 있다.
마사 또한 스타2 리그가 현재 스타리그의 자리를 대신할수 있을지,
스타리그는 별개로 존속할지 등을 생각해보고 있다.

뭐 이런 것은 나와봐야 말할수 잇는 내용이고,
아직 나오지 않은 게임에 대해 할수 잇는 말은 또 따로 있지.

스타크래프트 2의 한글화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구조주의니 문화의 의미 표상체제니 하는건 쓰지 않겠다.
여기서는 그렇게 깊게 팔 필요도 없다.
또 이 글에서 한글화란 당연히 문자만이 아니라 음성의 부분도 포함되는 것으로 전제한다.

와우 이후로 블리자드의 한글화는 이른바 '극단적'인 레벨로
일단 같은 뜻의 단어가 한글에 있다면 무조건 바꾸고 본다.

와우의 경우를 보자면 -파이어 볼을 화염구-라 하는 등,
원본의 음만 한글로 쓰는 것이 오히려 당연시 되는 것 까지 번역을 했다.
한국 판타지 소설도 다 파이어볼이라 했지 누가 화염구라 햇느냔 말이다.
이 한글화에 대한 집념은 로컬라이징 논란을 불러왔고,
지금에 와서는 와우는 한글화의 성공작으로 평가 받는다.

그리고 스타크래프트2 또한 이 전철을 밟아서 유닛의 대사는 모두 번역되어 더빙이 되었고 
유닛 명칭 하나하나까지 무조건 한글로 바뀌었다.


그런데-
남들이 뭐라 평가하든,
정말로 와우가 블리자드가 바랬던 것처럼 완벽히 한글화 되었느냐고?
그게 아니란건 와우 해본 사람은 알고,
블리자드 자신이 아주 잘 알고 잇을 것이다.

와우의 한글화가 꼼꼼하지 못했다, 충분한 노력과 실력이 뒷받침 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른 게임과 비교해보면- 심지어 한국에서 한국어를 기반으로 개발된 게임보다도 더 나은 부분이 많다.

예로 한국산 인기 온라인 액션 게임 던전 앤 파이터.
40레벨 대 퀘스트 중 보상템으로 목걸이 두개를 동시에 주는 퀘가 있다.
그런데 그 목걸이중 하나의 이름은 '신성한 토끼발'이고
또 하나는 '칠링 래빗 풋'이다.......


그 개발자의 머리속에선 두개의 인격이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지만 선한 인격에게 마사의 가호가 있기를.


그에 반해 와우의 경우, 필드몹을 사냥후 떨어지는 잡템하나하나에 까지 노력과 실력을 들여서 꼼꼼하게 한글화를 해왔다.
그런 와우조차도 철저한 한글화에는 많은 문제를 안고 갈 수 밖에 없었다는 말이다.

화근은 두가지로 작은 것부터 보자면.
우선 와우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준말이다.
즉, 와우는 워크래프트 세계에서 펼쳐지는 MMORPG.
와우와 워크래프트 1,2,3를 아우르는 워크래프트 세계가 존재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와우가 철저히 한글화함에 따라 그렇게 하지 못했었던 워크래프트와의 균열이 커졌다.
그래서 Warsong Clan을 전쟁노래 부족으로 번역하는 것은 어감 차이 이상의 문제를 낳는 것이다.
war와 song의 뜻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거란 말은 아니다.
다만 뜻은 같을 지언정 음과 형이 완전히 변해서 그 둘이 동일한 것이라는 직관성이 떨어진다.
워3를 하고 와우를 하면서도 전쟁 노래 부족이 그롬 헬스크림이 칩턴으로 있던 부족이란걸 모르는 사람도 있다.
이것은 꽤나 '메이저'한 예이고 이보다 더 '마이너'한 경우는 말할 필요도 없다.

철저한 한글화로 인해
동일한 세계이나 철저한 한글화가 아닌 다른 작품과의 괴리.
이것보다 더욱 중대한 문제를 만들었으며 더욱 근본적인 화근은.
바로 '번역'의 문제이다.

애시당초 한글과 영어는 다르다는 점.

당연한 것 아닌가.
100% 호환이 안된다!
인류에게 내제되어 있는 절대언어란, 사실이 아님으로 드러난 가설에 불과하고,
인간과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 필수 불가결의 관계이길 바라는 심리가 투영된 것에 불과해.
 
다른 지역, 다른 문화권에서 다른 발생과정과 발전과정을 거친 언어가 어찌 100%호환이 가능하겠는가?
따라서 100% 번역이란건 불가능하고 어쩔수 없이 선별을 할수 밖에 없다는 것은
'철저한' 한글화나 '일반적' 한글화나 마찬가지이다.
또한 그 단어가 뜻을 가진 것이 아니라 단순한 음차일 경우는 어떻게 하겠나?
사람 이름같은건 어쩔거냐고?
스미스를 대장장이씨라고 부를건가?
그런 점에서 와우는 그 한계를 드러낸다.
똑같이 와우안의 npc이거늘-
누구는 폼나게 윈드 러너인데 누구는 왕큰발이냐!!!
foot 이 wind보다 월등히 어려워서 그냥 '풋'이라고 쓰면 알아듣지 못할거라 생각했냐!
이건 워3에서 이미 잘 알려져있고 큰 비중을 가지고 있는 인물은 그냥 음역하고,
듣보잡 인물은 그냥 직역햇다는 건데.
.....차별 아니냐 이거.

분열성이 드러나는 예로 stormrage를 들어보자.
와우에서 stormrage는 두번 나온다.
우선 퓨리온과 일리단 형제의 성씨.
그리고 드루이드의 세트 아이템인 스톰레이지 셋.
퓨리온이 드루이드이고 스톰레이지셋은 드루이드용 아이템이란 것,
그리고 스톰레이지셋의 착용모습을 한번만 봐도, 이 stormrage는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걸 알수 있다.
그런데 한국판 와우에서 퓨리온은 그냥 퓨리온 '스톰레이지'이고
드루이드의 셋템인 '스톰레이지'셋은 '폭풍분노'셋이다!

암튼 이런 식의 예라면 와우를 오래한 사람들이 더 많이 잡아낼수 있을 것이고,
이 글의 주인공은 와우가 아니므로 넘어가도록 하겠다.

또 개인의 감성차가 크기에 너무나 간단히 무시되고 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문제.
'어감'의 차이가 있다.
뜻을 아는 외국어와 모국어는 엄연히 다른 것이고
그것이 사람에게 주는 느낌도 다른 것이다.
여기서도 고유명사가 문제가 되는 것이,
무릇 명칭의 상당수는 어감을 중시해서 만들어진다.
그런데 그것이 다른 언어로 번역이 되면서 동일한 어감을 줄 수 있을까?

이런 것들은 사실 게임을 떠나 '번역'이라는 것의 특성이고, 기본 상식이란 말이다.
100% 교환이 될리가 없다고!
심지어 영어문학인인 톨킨이 인공으로 만들어낸 엘프어, 중간계어 조차 영어와 100%교환이 되지 못해.
하물며 별개의 문화권에서 별개의 발생, 발전과정을 거쳐온 언어란 말이다.
음만 다른게 아니야.

물론, 그래도 와우를 가지고 스타2의 한글화를 재단하는 것은 섯부르지 않느냐는 반론이 나올수 있겠지.

인정한다.
과거에 잘못을 했다고 또 똑같은 잘못을 한다고만 볼수도 없어.

허나 마사가 이 글을 스타2에 대한 정보가 일절 없이 쓴다고 하지 마라.
다음 것이 바로 스타크래프트2의 유닛 명칭 번역이다.


레이븐- 밤까마귀 크리!!!

그리고 프로토스의 아콘.
스타2에는 기존의 아콘이 트와일라잇 아콘이 되었고 이를 한글판으로서는 황혼의 집정관이라고 옮겼다.
아콘을 집정관이라 부르는 것.
맞다.
사전적으로는 절대 틀린 말이 아니지.
애초에-



사전에 집정관= 사이오닉 에너지를 발산하는 에테르 존재라고 되어있다면 말이지!

스타크래프트에서 아콘은 집정관이 아니라 그냥 '아콘'이다. 
영토의 통치권을 가지고 있는 관리가 아니라-
적을 향해 싸이오닉 에너지를 뿜어대는 분노의 영체라고!

이게 '집정관'이었다면, 로마가 멸망했을리도 없잖아!
게르만족이든 훈족이든 아콘 스플래시 대미지로 녹여버리면 그만.

어감이니 뭐니를 떠나서 기본적으로 뜻조차 안통한다.

그리고 불곰은.
불곰은......
불곰은!

결국 스타2의 번역은 case by case로 갈수 밖에 없는데다가
그나마도 괜찮아 보이지 않는다!

간지 대사인  my life for aiur
내 목숨을 아이우에! 라고 바꾸다니!
아직 접해보지 못한 스토리 부분의 번역은 또 어떨지 걱정이다.


음? 익숙해지면 된다고?

맞다. 익숙해지면 된다.
그런데 그렇게 따지면 한글화가 아니라 중간계 어화를 시켜도 마찬가지거든?
사이오닉 스톰을 아부다 카다부라!로 옮겨와도 시간지나면 익숙해진다.
그건 번역을 잘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속성이 그래먹어서 그래.

앞서 와우의 한글화가 성공적이라고 평가받는 것은
와우라는 게임 자체가 워낙 퀄리티가 좋고, 블리자드가 끝까지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만약 와우라는 게임이 한국에서 잠깐 흥했다가 사라진,
예를 들면 던전&드래곤의 길을 걸었다면,
와우의 한글화는 현지 실정을 모르는 무모한 '오버'로 평가받았겠지.


마사는 최근 공포영화를 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요 몇년 동안 헐리우드는 제이호러를 필두로 해서 아시아권 호러 영화의 리메이크 열풍이다.
그리고 마사는 원작을 본 영화는 그 영화들의 리메이크 또한 봐왔다.
그 결과, 깨닳았다.

아. 미국 놈들은-


자막이 싫어서 리메이크 하는구나!

다른 언어와 그 기반 문화, 작품에 대한 이해가 없는 리메이크.
미국인 배우가 영어 대사 치는걸 보려고 하는 리메이크.
그 리메이크는 리메이크를 위한 리메이크다.
시간과 자원과 재능의 낭비다.

지금 블리자드의 번역 행보를 보자면 그것이 오버랩된다.
물론 자기네 소재 고갈로 인해 딴나라에서 히트친-검증된 신상품을 가져다 포장해 파는 것인 리메이크 호러붐과
참신하고 새로운 시도로 가득찬 스타크래프트2를 동급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저변에는 동류의 것이 느껴진다는 이야기다.


아, 한글화를 누굴 위해서 하는거야?
바로 한국인 유저를 위해 하는 것이 아니냐.

정말로 블리자드가 '한국 유저들을 위해' 한글화를 하고 싶다면.
최소한 유닛명, 지명, 인물의 이름등 고유 명칭에 한해서는 한글로 음역을 하는게 좋다.
그리고 번역을 해버리면 원문의 어감이 크게 상실되는 경우와
일부 관용구도 음역을 하는게 좋다.
그것이 스타크래프트 월드의 통일성도 유지하고
스타크래프트2라는 게임 자체의 질도 높이는 방법이다.

한글화하려면 '무작정' 하지 말고 '제대로' 하라는 이야기다.


ps: 뭐, 와우에서 그랬던 것처럼 스타2에서도 블리자드는 밀고 나갈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스타2에선 영문과 한글을 선택할수 있다는 점이니,
싱글의 인터미션등 스토리 파트는 한글로 보고, 멀티 게임등에선 영문을 선택하는게 가능하다는 점.
다행일세 다행이야.

Posted by 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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