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밤을 달려 지방에 갈 일이 생겼다.

밤길을 오래 운전해서 피곤하던 차에 도로가 꺽어지는 부분 앞으로 약간의 공터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잠시 쉬어갈 생각에 그곳에 차를 세우고 내려 보니 그 공터에서 더 앞은 깍아지른 듯한 낭떠러지로 고개를 들면 밤바다가 어디까지나 펼쳐져 잇었다.

와 이거 절경이네 하는 심정으로 잠시 바라보고 있었는데,

문득 어떤 소리가 들렷다.

여자의 맑은 음성으로 부르는 잔잔한 노랫소리.
가사는 영어 였다.

소리가 들리는 쪽을 돌아 보자 약간 더 앞쪽에서 낭떠러지를 내려보며 노래를 부르는 여자의 등이 보엿다.

얼굴이야 알 수 없지만 목소리도 그렇고 젊은 여자가 확실한듯 했다.

검은 원피스를 입은 탓에 늦게 발견한듯 하다.

'이 근처 사는 주민이 노래연습을 하러온건가.'

그렇게 생각한 나는 방해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바다쪽을 바라보며 조용히 노래를 들었다.

이 여자 오디션 프로라도 준비하나 싶을 정도로 깨끗하고 선명한 노랫소리가 밤의 선선한 공기중에 울려퍼지고 있었다.

그런데 듣는 와중에 노래 가사를 속으로 가만히 번역해보니

죽은 연인에 대한 그리움과 그의 곁으로 가겟다는 다짐이었다.

갑자기 불길한 느낌이 스멀스멀 배어나왔다.

그런 내 귀에 계속들리는 노래는.

자살의 준비와 그 실행 까지 이야기하고 잇었다.

그리고... 자살과 자살한 후에도 그를 만나지 못해 노래를 계속 부른다는 여자.

소름이 끼친 나는 여자 쪽은 돌아보지도 않고 차로 뛰어가 시동을 키고 출발했다.

 


그 와중에 흘끔보니 노래 소리는 들리지 않고 그 여자가 서있던 곳엔 텅빈 어둠만이 있었다.

완전히 겁에 질리고, 머리속에 남아 잇는 서글프고 맑은 음색을 지우기 위해

 

차창이 떨릴정도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달렷던 그날밤의 오싹함은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Posted by 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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