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씨는 휴대용 게임기를 보유하고 있다.

 

게임 소프트의 주구입처는 지하철 역과 연결된 전자상가인데,

소프트를 사기위해서만으로 외출하는 일은 없고

다른 일로 근처를 지나가게 될때 꼭 게임기를 가지고가서 그 전자상가에 들려

게임을 산뒤, 지하철에서 새게임을 플레이하며 귀가하는 것이 그의 작은 즐거움이었다.

 

작은 즐거움을 즐길줄 알아야 인생에 질리지 않는 법이지.

 

어느날도 그 역 근처를 지나가게 될 일이 생겨서 k씨는 그 전자상가로 향했다.

 

그런데 k씨가 모르는 일이 있었으니, 그날 전자상가는 휴일이었던 것이다.

 

지하철역과 연결된 지하상가는 전자상가와 별개이기에 그날도 정상영업중이었기에 k씨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엘레베이터를 탔다.

 

그리고 게임샵들이 위치한 층에 엘레베이터 문이 열렸을때,

k씨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층 전체를 감싼 어둠이었다.

 

'이런, 휴일이었나. 검색해보고 올걸.'

k씨는 혀를 한번 찬뒤, 1층을 누르고 문이 닫히길 기다렸다.

 

그런데 엘레베이터 문이 자동으로 닫히기 시작하는 그 잠시간의 사이,

 

엘레베이터에서 흘러나오는 빛에 의해 어렴풋하게 비쳐진 저편,

 

단골 게임샵과 게임샵 사이를 사람의 형체가 날렵하게 뛰어다니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분명히 머리가 있고 팔다리가 있고, 옷을 입은 사람의 형체였다.

 

그리고 굳이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형체라고 표현한 이유가 있다.

 

게임샵은 게임소프트들을 전시하기 위해 유리 진열장들로 되어있다.

 

게다가 진열장 위도 소프트들이나 장식물, 광고물들을 잔뜩 쌓아두었다.

 

그 위를 사람이 저런 기세로 뛰어다닌다면 진열장이 깨지기 까진 않하더라도

진열장 위의 물건들이 밟히고 밀려 떨어지고 하면서 시끄러운 소리가 잔뜩 날 것이다. 

 

그러나 그 형체가 뛰어다닐때는 그 어떤 소리도 나지 않았다.

 

사람이 저렇게 뛰어다닌다면 절대로 그럴수가 없다.

 

불꺼진 게임샵 사이를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뛰어다니는 사람이 아닌 사람의 형체-

 

그것을 상상하자 k씨는 피가 얼어붙는 듯 느껴질 정도로 겁에 질려서,

 

지하철 역에 돌어가 사람에 둘러싸이기 전까진 뒤도 돌아볼수 없었다고 한다. 

 

 

Posted by 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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