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시리즈는 명작이다.
단순히 마법이나 다른 세계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엄연히 인간의 이야기이며 선악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인간이 만들고 인간이 향유하는 이상.
명작의 첫조건은 인간이 들어있는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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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는 당연히 주인공 해리포터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다른 면으론 다크로드 볼드모트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둘의 관계는 해리포터 시리즈 안의 여러 다양한 인간관계 중에서도 특히나 인상적이면서 흥미롭다.

해리포터와 볼드모트는 말그대로 불구대천의 원수이다- 한 사람이 살아있으면 다른 사람이 살 수 없다-
해리의 운명에 누구보다도 큰 영향력을 끼친 것 또한 볼드모트이지.
볼드모트의 존재감은 그가 사라지고 10년이 지난 후인 '마법사의 돌'때도 너무나 짙었다.
10년이 지난 후에도 사람들은 그 이름 하나 제대로 부르지 못할 정도로 그를 두려워하고 있다!
해그리드는 그가 '사람처럼' 죽을수나 잇는지 의문이라고까지 말한다.

그들은 퀴디치 월드컵에서 10년만에 나타난 죽음의 표식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가?
"그의 추종자들은 살인을 저지를 때마다 하늘에 어둠의 표식을 쏘아올렸단다....너는 모른다.... 외출을 했다가 집에 돌아왔는데, 허공에 어둠의 표식이 떠돌고 있는거야. 그 순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깨달았을때의 기분이란....."
이 얼마나 생생한 증언인가!

그런데 묘한 것은.
볼드모트가 이야기에 간접적으로 등장할때.
물론 사람들의 두려움과 우려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그 다음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해리포터와 볼드모트 사이의 유사점이다!

그 관계는 1권 마법사의 돌에서 이미 암시된다.
해리포터가 마법세계로 돌아올 준비를 하기 위해 들린 올리밴더의 지팡이 가게.
거기서 해리포터를 선택한 지팡이는 바로 볼드모트를 선택한 지팡이의 쌍둥이.
올리밴더는
'내가 볼때 우린 자네에게서 굉장한 일을 기대해야 할 것 같네. 포터군..... 이름을 불러서는 안될 그 사람은 어떤 의미에서는 굉장한 일을 했네.'
라고 말해 해리를 오싹하게 만든다.
(올리밴더는 선악, 도덕보다 힘에 끌리는 사람이다. 그가 볼드모트의 종이 되지 않은 것은 그가 어떤 의미론 속세 사람이 아니라 창조자의 영역에 있기 때문이다.)

2권인 비밀의 방에서 드디어 이 관계는 표면화된다.
볼드모트 = 톰 리들이 직접 자신과 해리가 닮았다고 한다.

둘다 마법사와 머글간의 혼혈인점.
아기일때 부모를 잃은 점.
그 후 머글 사이에서 자란 점.
뱀의 언어를 할수 있는 점.
심지어 생긴 것까지 조금 닮았다고 한다.

이 말인 즉슨-
해리포터와 볼드모트는 태생과 자라난 환경이 같을뿐 아니라 지극히 드문 재능을 가졌다는 점도 같다!
이렇게 듣고보면 생긴 것도 조금 닮았다는 것까지도 쉽게 넘어가기 힘들어진다.

호크룩스 탐색을 위해 볼드모트의 심리를 추적하면서 해리는 더 기분나쁜 느낌을 받는다.

볼드모트가 호그와트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감정이 해리포터가 호그와트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감정과 같다!
호그와트를 자신의 최초의 집이며 고향이라 여기고 있다는 점.
단지 외적 요인이 아니라 심리 상황에서도 유사점이 있다는 것.
이것은 해리에게 무거운 불안을 불러 일으킨다.

이 둘은 닮기만 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도 연결되어있다.
운명의 그 순간, 해리포터의 운명이 결정되고 볼드모트가 육체를 읽어버린 그 순간 해리의 이마에 남은 번개모양 흉터는 둘 사이의 물리적 연결점이다.
이 흉터로 인해 해리포터는 볼드모트를 염탐하기도 하고 역으로 염탐당하고 함정에 빠지기도 한다.

이렇듯이- 해리포터는 영웅과 마왕이 연결되어있는 이야기이다.

이것은 사실 아주 뛰어난 장치이다.
악역이자 안타고라스트이자 최종보스인 볼드모트라는 대상을 기호가 아니라 살아있는 인물로 승화시키며
외적 경계의 대상뿐 아니라 내적 경계의 대상으로 까지 만들어낸다.
그래서 외적요인에 좌우되지 않는 긴장을 조성해내고 갈등을 심화시킨다.
그러나 이것은 오직 긴장감 조성의 장치나 클라이막스가 다가옴을 알리는 두둥거리는 bgm으로 그치지 않는다.

해리와 볼드모트의 관계가 그렇게 설정된 것을 이해할때야 말로 해리포터 시리즈의 주제이자 담겨진 철학, 그 골수와 같은 것을 이해할수 있게 된다.

그건 다음에 다루기로 하고.
그나저나 제목을 보아하니 해리포터x톰 리들의 동인 이미지라도 하나 찾아 올려야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자제하도록 하지.
기회는 앞으로도 많으니까!
Posted by 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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