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모노즈메로 인해 스타일리스트로 인정받은 우와사 마사야키 감독의 신작 카이바.
마사가 그 카이바에 대해 간단히 말해보고자 한다.
카이바의 앞에 열린 길은 두가지였다.
하나는 시작할때 [기억은 정신인가? 영혼인가?]라고 나레이션 깔아버렸듯이
기억을 재료로 인격과 정신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하는 길.
또 하나는 기억 조작과 전이가 가능한 것을 이용해서
기억을 트릭으로 써 겹겹의 복선과 미스테리를 까는 길.
카이바는 이 중 어떤 길을 선택했는가?
둘길 모두 걷는 것을 선택했다.
12화짜리 애니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 결과-
멋지게 객사했다!!!
생각해보면 감독의 전작 [케모노즈메]또한 그런 느낌이 있었다.
사람을 잡아먹는 식인귀 여자와 그 식인귀를 베는 집단 귀봉검의 후계자간의 사랑이야기.
즐겁게 비틀려있는 로미오와 줄리엣.
그것은 좋았다.
그리고 또 하나 붙여진 것은 가족사의 비극에 숨겨진 진실.
왜 귀봉검의 후계자면서 식인귀에게 마무리를 날리지 못하는가?
왜 식인귀 유카에게 한눈에 반했는가?
이것에는 알려진 것과 감춰진 것.
누구는 알지 못하고 누구는 잘못 알고 있으며 누구는 진실을 잊어버린,
그야말로 복선과 미스테리로 떡을 치고도 남을 요소들이 있는 것으로 그것역시 좋았지만.
어느 쪽도 제대로 활용을 하지 못했다.
카이바는 더욱더 그러하다.
템포가 초반부엔 너무 느리고 후반부엔 너무 빠르며,
결정적으로 클라이막스와 엔딩 부분이 어이없어 결국 감독이 독자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알수 없다.
그래서 객사다.
어디로 가는 것인지 그 자신도 알지 못해 어영부영하다가
정신이 들었을땐 이미 가지고온 물도 식량도 바닥이 보이고
그래서 허겁지겁 서두르다가 지쳐 죽었다.
꾸준히 카이바를 지켜봐온 시청자 역시 엔딩을 보고 납득했다기보단 길을 잃었단 느낌이 들었겠지.
아무리 좋은 소재를 쓰고 플롯을 잘짜고 설정을 잘만들어도.
결국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에 따라 명작이냐 객사냐가 갈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