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취의 디스크

게르하르트 클라인호퍼 교수, 눌른 마법대학의 강사인 그는 젊은 동료가 바닥위에 분필로 그리는 펜타그램과 삼중서클을 불안하게 내려다 보았다.

 

"로서군." 그는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이건 신성모독이 아닌가?"

 

방저편에서 로서 폰 디엘은 잠시 멈춰서 깡마른 손가락으로 검은 수염을 만지작거린뒤 대답했다.

 

"친애하는 교수님. 학문의 진보를 막는 사람이야말로 신성모독을 저지르는 것-이란 말을 하신게 교수님 아니신가요?? 저와 교수님은 과학적인 사람들이죠.

 

이 실험을 수행하는게 우리 의무입니다."

 

클라인호퍼는 그의 안경을 조정한뒤 두사람 사이에 있는 강연대위에 펼쳐진 두꺼운 가죽정장책을 흘끔 보았다.

 

"드 코르시의 책은 학문에 있어 중요한 것이지. 그건 사실일세.

 

하지만 로서. 이 책이 금지된 지식. 그러니까 로어 오브 카오스에 너무 가까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가?"

 

그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은 거의 미친사람의 헛소리에 다름없잖나. 별들과 거짓 천국들과 거짓 지옥들과 그 모든 것의 와인을 들이키라니...."

 

폰 디엘은 그의 교사를 흘겨본뒤 그의 조급증을 억눌렀다.

 

과거, 오래전에 죽은 브레토니아 시인이자 신비가 가일스 드 코르시가 쓴 '변화의 책'을 발견한 것은 클라인호퍼 바로 그였다.

 

클라인호퍼는 그 이후의 삶을 그 책을 번역하고 수수께끼 같은 상징들을 알아들을수 있게 해독하는데 바쳐왔다.

 

그가 눌른 마법대학의 최고권위자가 되어 자기 학생중 가장 재능있는 자- 로서 폰 디엘에게 털어놓기 전엔 말이다.

 

"사실입니다." 폰 디엘은 침착하고 이성적으로 들리도록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게 우릴 단념시킬순 없죠. 교수님 스스로 말씀하셨듯이 모든 마법은 기본적으로, 그리고 궁극적으로 카오스와 연관있죠.

 

드 코르시가 옳았는지를 알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 실험을 실행하는 것 뿐이죠. 그리고 만약 성공한다면 우리를 우주에 대해 가장 심원한 이해로 이끌어줄 겁니다."

 

"내 제자여. 나도 너만큼 이 프로젝트에 전념했단다. 다만. 다만....."

 

클라인호퍼의 목소리는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폰 디엘은 노인의 창백하고 땀이 맺힌 얼굴을 노려보았다.

 

"친애하는 교수님. 교수님은 제가 이 실험을 제안했을때 이해하셨는줄 압니다.

 

이 의식은 제가 교수님 도움없이 할수 있는게 아니란걸요."

 

"물론." 노인은 고개를 불안하게 끄덕였다. "물론이지. 난 그저..... 로서 내 제자야. 이게 정말로 안전하다 생각하느냐?"

 

"백퍼센틉니다. 교수님."

 

클라인호퍼는 무언가 말을 하려다 삼키고 다시 주변, 폰 디엘의 집 지하실에 있는 비밀 연구실을 둘러보았다.

 

마침내 그는 결정을 내렸다.

 

"좋네 로서군." 그는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 투로 말했다.

 

"이 실험이 자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아네."

 

폰 디엘은 만족스럽게 짧은 한숨을 쉬었다.

 

"감사합니다. 그럼 제 자리에 가주시겠습니까."

 

폰 디엘은 직접 비스트맨의 대퇴골을 깍아서 만든 룬이 새겨진 완드를 치켜들고 강연대 앞에 섰다.

 

그는 화로에 불을 붙인후 역겨운 냄새가 나는 향을 한웅큼 집어 화로에 던져넣었다.

 

그리고 그가 영창을 시작하자 메아리가 주변을 맴돌았다.

 

"아막 테 아레키 젠취! 베니 로키 아레키 젠취! 아막 테 아레키 젠취!"

 

폰 디엘의 영창이 울려퍼지자 선명한 반향과 메아리가 생겨났다.

 

향로에서 나온 자욱한 연기가 그를 둘러싸자 그의 지각력은 확대되어

 

마치 그의 시야 끝자락에 세상의 시작되는 곳이 보일 것 만 같았다.

 

그는 영창을 계속하면서 젠취의 탈것을 소환하기 위해 마음속으로 구체적인 세부사항과 견고한 형상을 그렸다.

 

그러는 동안 손에 든 완드로 복잡한 패턴을 그리며 펜타클의 모든 모서리를 돌았다.

 

마약성분 향의 효과로 영창이 계속되며 그의 시각과 시간감각은 왜곡되어 의식은 한시간을 넘어 계속되는거 같았다.

 

그는 자신이 솟구치는 에너지의 그릇이 되었다고 느꼈다.

 

마침내, 어딘가 무한의 경계에서 그는 굶주린 존재를 감지했다.

 

그는 영혼의 힘을 뻗어 그것에 접촉했다.

 

그 존재는 그를 감지하고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먹을 것을 향해, 고통스러울 정도로 천천히.

 

이때 아주 먼 곳에서 클라인호퍼가 낸 신음소리가 들렸다.

 

공기중에는 오존탄내가 가득했고, 폰 디엘은 눈을 떴다.

 

서클과 펜타클의 선으로부터 나온 신비한 푸른 광채가 방안에 일렁였다.

 

스파크가 공중에서 일어나며 그의 머리카락이 끝까지 꼿꼿히 섰다.

 

"베니 아레키 젠취! 베니! 베니!" 그는 소리치고, 침묵속으로 쓰러졌다.

 

그때 공기를 가르며 하나의 존재가 갑자기 그들 앞에 나타났다.

 

 

젠취의 탈것.

 

그것은 은청색의 매끄러운 살로 이뤄진 얇은 디스크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는데,

 

디스크의 테두리는 작고 냉소적인 눈들로 둘러져 있었다.

 

그것은 이 우리의 경계선을 시험해보듯이 펜타그램 안에서 깜빡였다.

 

잠시후 그것은 속박된 것을 깨닳은듯 그저 공중에 떠있기만 했다.

 

나에게 무엇을 바라느냐 필멸자여?

 

폰 디엘의 머리속에서 묻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지식을 찾는다." 폰 디엘은 바로 답했다.

 

"우리는 영혼의 바다를 건너 모든 비밀을 아는 분과 이야기를 나누길 바란다."

 

다른 자들도 과거에 요청했었고 후회한 일이다. 필멸자의 정신은 나약하노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바란다. 우리가 안전하게 여기로 돌아올때에 너는 이 속박에서 해방될 것이다."

 

좋다. 앞으로 오라 인간이여. 너의 운명을 맞이하라!

 

폰 디엘은 두려운 기색 없이 펜타그램 서클이 그려져있는 바닥으로 걸어내려왔다.

 

그는 마법적인 봉인의 한면을 넘어 빛나는 생물위에 한쪽 발을 올려놓았는데

 

놀랍게도 그것은 공중에 뜬 상태로 그의 체중을 받쳤다.

 

그는 자신의 발로부터 몸까지 이상하고 얼얼한 느낌의 길이 뚫리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너희 둘다를 데려가겠다. 목소리가 폰 디엘의 머리속에서 울렸다.

 

둘다가 아니면 누구도 못간다.

 

폰 디엘은 뒤를 돌아봤다. 클라인호퍼가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의 창백한 얼굴은 펜타그램의 광채를 받아 어둠속에 둥둥 떠있는 것처럼 보였다.

 

"친애하는 교수님." 폰 디엘은 다급히 불렀다.

 

"같이 가셔야 해요. 어서요!"

 

클라인호퍼는 입술을 햝았다. 그의 이마로부터 한줄기 땀이 흘러내렸다.

 

"로서군. 나는 못가네. 못하겠어!"

 

분노의 파동이 폰 디엘을 통해 흘렀다.

 

"책에 확실히 써져있잖아요. 둘다 가야하고 아니면 탈것은 우릴 태워주지 않을거에요.

 

속박주문도 깰수 있게 되고요. 아시잖아요! 동의하셨잖아요!"

 

"그랬었지. 하지만.... 로서군 용사하게. 난 늙었어. 늙고 겁먹었네."

 

"하지만 게르하르트. 평생 이걸 찾아왔잖아요. 궁극의 지식. 초월."

 

노학자는 몸을 떨었다.

 

"같이 가요." 폰 디엘은 명령했다. "같이 가요 같이 가요 같이 가요!"

 

클라인호퍼는 한숨을 쉰뒤 거의 최면상태인 것처럼 비틀거리며 바닥으로 걸어내려와 탈것의 위, 폰 디엘의 옆자리에 올라섰다.

 

둘. 데몬이 말했다. 지식을 추구하는 둘. 이제 출발한다!

 

 

천둥소리가 비명처럼 대기에 울려퍼졌다.

 

 

/오랜만에 단편 번역이라네.

 

미친 사람이 쓴 책 내용대로 데몬을 타고 카오스렐름으로 가서 카오스신을 만나러 가자.

 

뭐 별일 있겠어?

 

Posted by 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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